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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내년 이후가 두려운 현대로템 창원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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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내년 이후가 두려운 현대로템 창원공장

입력
2015.11.2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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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운영될 무인차량(왼쪽)과 평택~수서 간 고속철 완성차가 26일 현대로템 창원공장 검사장에 세워져 있다.
홍콩에서 운영될 무인차량(왼쪽)과 평택~수서 간 고속철 완성차가 26일 현대로템 창원공장 검사장에 세워져 있다.

26일 오후 경남 창원시 대원동 현대로템 창원공장 차체 1공장 입구에 널찍한 은색 철판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서울지하철 9호선 신규 전동차의 사이드와 언더 프레임이다. 이 철판들은 옆 라인에서 어엿한 전동차의 형태로 다시 태어난다. 공장 관계자는 “육면체가 완성됐다”고 표현했다.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 로봇이 용접 중인 전동차 차체(왼쪽). 한 직원은 완성된 차체에 케이블 등 각종 설비를 설치하고 있다.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 로봇이 용접 중인 전동차 차체(왼쪽). 한 직원은 완성된 차체에 케이블 등 각종 설비를 설치하고 있다.

프레임 용접은 사람이 아닌 로봇이 했다. 전동차 한량 길이가 20~30m나 돼 뛰어난 기술자라도 균일한 품질을 보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레이저 용접을 마친 프레임들은 마치 처음부터 한 몸이었던 것처럼 매끈하게 결합됐다.

차체 공장에서 브라질에 공급할 전동차용 프레임들을 가공하고 있었다. 현대로템은 내년에 브라질 생산법인을 설립해 살바도르 1ㆍ2호선 전동차 90량과 상파울루 교외선 240량을 현지에서 조립ㆍ생산할 계획이다.

국내 최대 철도산업기지인 창원공장은 차체ㆍ도장ㆍ의장공장에 검사장까지 갖추고 있다. 공장 주변에 완성된 전동차를 시운전하기 위한 3.1㎞ 길이의 철로도 깔려 있다.

창원공장에서 평택~수서간 고속철(SR)과 원주~강릉 고속철 등 국내 철도차량을 비롯해 브라질, 홍콩, 인도 델리 등 세계 각국에 납품할 전동차를 제작하고 있다. 대표적인 다품종 소량 생산 업종답게 똑같은 전동차는 하나도 없다. 나라와 철도 종류에 따라 규격과 요구하는 디자인이 각양각색인 탓이다. 생산 현장은 바쁘게 돌아갔지만 정하준 국내영업팀 부장은 “내년 이후에 작업할 물량이 없어 2017년에 공장이 놀까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왼쪽부터 홍콩, 브라질 상파울로, 평택~수서간에 투입되는 철도차량.
왼쪽부터 홍콩, 브라질 상파울로, 평택~수서간에 투입되는 철도차량.

지난해와 올해 대규모 수주 물량이 전무한 게 이유다. 지난해 철도부문 매출 1조7,000억원 중 해외수주는 약 6,000억원에 그쳤다. 2012년 1조7,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해외수주가 3년 만에 65% 감소한 것이다. 해외 입찰에서 자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속에 싼 가격으로 밀어붙이는 중국한테 번번이 밀린 게 주 원인이다.

올해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 3분기까지 철도 신규 수주는 약 2,500억원, 이중 해외수주는 800억원에 불과했다.

고속철이나 전동차는 2년 전 수주 물량을 현 시점에서 생산하는 구조다. 당장 내년은 버텨도 2017년에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할 처지에 몰렸다.

전동차 1량에 모듈화한 부품이 1만개 이상 들어간다. 이 부품들은 협력사 200여 곳이 공급한다. 이중 8개사를 제외하면 모두 50명 이하 영세업체들이다. 철도차량은 현대로템 사업부문의 50% 이상을 차지해 수주를 하지 못하면 창원공장 직원들은 물론이고 협력사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대로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에서 발주된 철도차량은 연 평균 6,076억원 규모다. 고속철 가격은 1량 당 약 30억원, 전동차는 약 12억원(해외 판매가는 약 20억원)이어서 현대로템의 연간 생산능력 800대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발주액이다. 때문에 객차 시장규모만 50조원에 이르는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국내 철도산업 전반의 위기가 기정사실이 된다.

현대로템은 이날 창원공장에서 노동조합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 차원의 철도산업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정 부장은 “중국 등 각 국은 국가 기간사업인 철도산업을 키우기 위해 1국 1사 체제를 갖추고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며 “해외 업체들의 입찰에 제한이 없으며 종합평가가 아닌 최저가격으로만 따지고, 도시철도는 내구연한이 없어 무기한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개발됐지만 3년간 놀리고 있는 차세대 고속열차 ‘해무’의 문제점도 언급했다. 해무는 앞뒤의 동력차가 끄는 ‘동력집중식’이 아니라 각 차량이 동력을 발휘하는 국내 최초의 ‘동력분산식’ 고속철이다. 최고 시속은 430㎞에 이르지만 국내 상용화가 미뤄져 해외 입찰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장현교 창원공장장(전무)은 “중국의 공세를 기업 혼자서 이겨 내기 힘들다”며 “한국 철도산업의 앞날을 위해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원=글ㆍ사진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장현교 현대로템 창원공장장이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철도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현대로템 제공
장현교 현대로템 창원공장장이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철도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현대로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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