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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투자기법? 알고 보니 다단계 금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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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투자기법? 알고 보니 다단계 금융사기

입력
2015.11.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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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소액을 모아 목돈 만든다”

크라우드 펀딩 홍보해 투자 유치

7,000억원 모집해 주먹구구식 운영

대표는 호화 생활… 피해자 3만명

금융당국은 “조사권 없어서…” 해명

“前차관급 인사에 수억 유입”첩보도

2011년 설립된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선진 금융기법을 통해 국내 유망 중소기업에 전략적 투자를 한다고 홍보하며 업계에 등장했다.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소액을 모아 전도유망한 비상장 벤처회사에 투자해 목돈을 만드는 ‘크라우드 펀딩’ 기법을 동원한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일부는 회사가 금융위원회나 중소기업청 등 금융당국에 등록되지 않은 것을 걱정했다. 하지만 업체 대표 이철(50)씨는 “선진 금융기법을 법이 따라오지 못해 아직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지만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며 합법적인 투자회사임을 강조했다.

투자자들이 급증하며 회사 이름이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탄 건 2013년부터였다. 2,3개 비상장 벤처회사 주식의 장외 거래가격이 이 업체가 투자할 때보다 크게 올랐고, 이런 사실은 3,000여명의 보험설계사들 입을 거쳐 투자자들에게 번져나갔다. 보험설계사들은 기존 상품 외에도 ‘확정 수익 추구형’이라는 상품을 권유해 1,580억원을 끌어 모았다. 회사 지점도 전국 5개 대도시로 늘어났다. 그 결과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투자자 3만명으로부터 무려 7,000억여원을 모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6월 투자자 117명이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가 시작되자 이들의 주장은 금세 거짓으로 밝혀졌다. 조사결과 투자처를 결정한다고 알려진 투자위원회는 무자격 직원들로 채워져 있었고 투자처는 이씨 등 일부 임원이 독단적으로 선정했다. 업체 실적을 홍보하며 투자를 권유한 보험설계사들은 업계 수준을 상회하는 수당에 더해 다른 영업사원을 영입하기만 해도 추가 수당을 받는 등 전형적인 다단계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투자 받은 돈 역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다. 이들은 투자금 중 20%는 영업직원 수당과 회사 운영자금으로 빼돌리고 나머지 80%만 운용했다. 정상적인 투자기법으로는 약정 이자는 물론 원금조차 보장하기 힘든 구조였고, 결국 2013년 말부터 신규 투자자의 투자금 중 2,000억여원을 기존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돌려막기’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업체 계좌에는 수십억원만 남아 있다. 하지만 이씨는 10억여원의 연봉을 받아 챙겨 고급 외제차를 타고 강남의 고급 호텔에서 지내는 등 호화 생활을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이 모집한 돈 중 수억원이 노무현정권 당시 차관급 인사 김모씨에게 유입됐다는 첩보가 입수돼 검찰이 확인 중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박찬호)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및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등의 혐의로 이씨와 경영지원 부문 부사장 범모(45)씨를 구속 기소하고, 영업부문 부사장 박모(48)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피해자가 3만여명에 이르기까지 유사수신행위를 미연에 제재하지 못한 당국을 원망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고의적으로 금융당국에 알리지 않고 영업을 한 데다 워낙 단기간에 투자자가 늘어 당국도 관리가 쉽지 않았겠지만, 피해금액이 워낙 커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4, 5차례에 걸쳐 검ㆍ경에 이 업체가 유사수신행위와 무인가 투자행위를 하고 있다고 통보했다”며 “조사권이 없는 금융당국으로선 문제가 있는 업체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크라우딩 펀딩이란

대중을 뜻하는 크라우드(crowd)와 투자를 의미하는 펀딩(funding)’의 합성어다. 다수의소액 투자금을 모아 목돈을 만든 뒤 투자하는 새로운 투자법이다. 기부에도 사용되지만, 무허가 업체가 원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유사 수신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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