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여성 장교와 군무원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이나 제스쳐를 취한 육군 부사관들의 징계가 마땅하다는 판결을 잇따라 내놨다.
춘천지법 행정부(부장 마성영)는 육군 모 부대 소속 부사관 A씨가 소속 부대장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청구의 소’에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부대 막사 1층 복도에서 같은 부대 중대장인 여성 B대위에게 ‘손을 잡자’는 제스처를 취했다. A씨는 또 부대 내 간부식당에서도 B 대위에게 “결혼할 남자친구가 있다고 치면 이왕이면 비싼 모텔이 좋지 않나요”라고 말해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했다. 참다 못한 B대위는 A씨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손을 잡자는 행동을 하고 모텔 발언으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해 소속 부대에 제출했다.
지난해 12월 성 군기 위반으로 근신 3일의 징계처분을 받은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이마저도 기각돼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언행은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할 만한 것으로 성 군기 위반에 해당한다”며 “다만 언행의 수위가 높지 않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징계권자도 여러 가지를 고려해 성희롱 징계 중 가장 가벼운 근신 처분을 택한 점에 비춰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여성 군무원의 어깨를 주무르는 등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 행위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육군 모 부대 부사관 C씨가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C씨는 지난 2013년 7월 여성 군무원인 D씨의 사무실에서 “이 사탕으로 저를 유혹해 보세요”라고 말하고 며칠 뒤 “피곤하시죠”라며 어깨를 수 차례 주물렀다. 지난해 7월 28일 오후에는 D씨의 사무실에서 동의 없이 전투복 상의를 벗고 반소매 티셔츠만 입은 상태에서 한 부사관이 들어오자 “데이트 중이니 빨리 문을 닫고 나가라”고 말하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여성인 군무원이어서 더 무거운 징계 처분을 내려야 함에도 정직 처분에 그친 것은 오히려 가벼워 보인다”며 “원고의 처분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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