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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지구를 구하는 마지막 2주

입력
2015.11.2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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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후변화만큼 자주 접하는 말도 많지 않을 것 같다. 지구촌을 강타한 슈퍼 엘니뇨건 우리나라를 허덕이게 만든 대가뭄이건 기후변화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심지어 미래 신성장 동력을 얘기할 때 기후변화는 위기이자 기회가 되는 경제요인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그 말이 주는 무게에 무감각해지기도 한다. 기후변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대응을 한 적도 없는데 벌써 피로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많이 회자되고 있다는 말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한 기후변화가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위기라는 인식 자체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오는 30일부터 2주간 파리에서 개최되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눈여겨봐야 한다.

세간에선 파리 기후변화총회를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2주일”이라고 평가한다. 파리 연쇄 테러의 여파로 위세가 줄어들긴 했지만,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리 기후변화총회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일 것이냐 하는 점이다.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규정한 교토의정서가 1997년 체결됐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선진국들의 온실가스는 줄어들었다고 말하기 민망한 수준이고, 개발도상국들의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오히려 이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게다가 교토의정서의 효력은 2020년 만료된다. 국제사회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화하고 전세계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새로운 조약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그 논의의 데드라인이 이번 파리 기후변화총회다. 교토의정서가 체결된 후 각국의 비준을 받아 발효되기까지 8년이나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리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2020년부터는 누구도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는 공백기가 발생한다. 최근 전세계 종교지도자들과 비정부기구들이 실질적인 결과를 요구하며 앞 다퉈 성명서를 발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각국 감축 목표를 의무적으로 할당했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202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은 각국의 자발적인 기여를 통해 이루어진다. 요는 각국이 얼마나 도전적인 감축 목표를 제출하느냐 하는 것이다. 지난 1일 유엔은 각국이 제출한 감축 목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파국의 데드라인이라고 불리는 ‘산업화 이전 대비 온도 상승을 2℃로 억제한다는 목표’는 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각국이 자발적 목표를 100% 이행한다고 해도 2030년에는 이산화탄소로 환산해 151억 톤 정도가 초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라면 산업화 대비 2.7~3℃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적어도 모자란 양만큼 세계 각국이 나눠서 추가로 감축해야 하지만, 일부 국가들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의조차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또 자발적으로 목표를 설정하다보니 편차도 심한 편이다.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유럽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했지만, 미국 중국 등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의 감축 목표는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친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예상배출량 대비 37%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출했는데, 유럽계 기후정책 평가분석 기구로부터 최하위등급인 ‘부적절’ 등급을 받으며 망신을 사기도 했다. 이로 인해 국내 환경단체들로부터 거친 비판을 받았다.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지구촌이 파리 기후변화총회를 외면하거나 공조를 포기할 수는 없다. 파리의 실패는 사실상 전지구적 공조 체제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총회에서 이미 합의에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긴박하다. 기후변화가 21세기 최대의 위협이라면 거기에 걸맞은 노력을 하는 것이 우리시대, 우리가 살아야 하는 방법이 아닐까.

이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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