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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톡2030] 스펙 쌓기 급급? 청년도 함께 잘살고 싶다

입력
2015.11.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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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가림 하기에 바빠 남의 일을 돌아보기 쉽지 않은 세상에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옷을 벗어주는 이들이 있다. 잘 사는 것은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잘 사는 것(well-being)’이라고 믿는 사람들이다. 대가 없이 타인을 돕는 고운 심성의 2030들이 찬 바람 부는 계절에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에코백 하나 팔면 미혼모 가정 아이에게 동화책 한 권 선물해요”

에코백을 만들어 미혼모가정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선물하는 신진영(30)씨는 장애와 비장애 아동이 서로 어울리는 키즈 카페를 여는 게 꿈이다.
에코백을 만들어 미혼모가정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선물하는 신진영(30)씨는 장애와 비장애 아동이 서로 어울리는 키즈 카페를 여는 게 꿈이다.

한 번 사는 인생 잘 살고 싶다는 신진영(30)씨가 만드는 에코백은 이름도 욜로(YOLO)백이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이다. 그는 욜로백 하나가 팔릴 때마다 미혼모 가정 아이들에게 그림책 한 권을 기부한다. 그렇게 선물한 책이 700권이다.

신 씨는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는 남을 돕는 삶이 잘 사는 것이라고 믿는다. “사람들이 ‘한 번 사는 인생 잘 살자’고 하죠. 저도 그런 마음이에요. 그런데 ‘잘 살자’에 대한 기준이 좀 다른 것뿐이에요.”

욜로백은 지난해 3월 탄생했다. 평소 에코백을 즐겨 메던 신씨와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친언니가 디자인을 했다. 2년 전 미국 워싱턴의 국제기구에서 인턴을 하면서 신씨는 “좀 더 직접적으로 누군가를 돕고 싶다”고 느꼈다.

한국에 돌아와 아름다운 가게 헌책방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신씨는 아동도서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떤 아이들에게는 예쁜 동화책도 사치품이 될 수 있더군요. 그래서 아동도서를 기부하기로 했죠.” 그 중에서도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미혼모 가정 아이들을 떠올렸다.

신진영씨가 만든 에코백
신진영씨가 만든 에코백

신씨의 구상은 지난해 3월 욜로백을 창업하면서 본격화됐다. 욜로백을 사게 되면 두 번의 값진 기부를 하게 된다. “기부 서적을 아름다운 가게에서 구입하면 질 좋은 책을 저렴하게 사면서 불우한 이웃에 간접 기부를 하게 되는 거죠. 동시에 아이들의 꿈도 키워줍니다.”

지난 9월에는 대학 시절 친구인 독일인 다니엘 린데만과 함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목표금액의 두 배가 넘은 380만원을 모아 미혼모가족협회에 보냈다. 공정무역 브랜드인 히따나(스페인어로 집시라는 뜻)라는 중남미 수공예품을 직거래로 들여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팔기도 한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은 돈을 통해서 미혼모가 운영하는 카페 싱크대를 고친다고 전화가 왔는데 그럴 때마다 ‘계속해야겠구나’ 생각이 들어요.”

신씨는 최근 걸려온 전화에 가슴이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얼마 전 한 대학교에서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는데 가방을 후원해줄 수 있냐는 문의였다. “좋은 영향을 받는 분들이 있어 책임을 느꼈어요.”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기부 활동을 하겠다는 그는 장애와 비장애 아동이 서로 어울리는 키즈 카페를 여는 게 꿈이다.

공강시간, 어려운 친구들에게 ‘밥’을 만들어주는 십시일밥 대학생들

식권을 받은 학생들이 고맙다고 연락할 때 가장 뿌듯했다는 이호영(25)씨는 "나 같이 평범한 사람도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주변에 퍼뜨린 게 좋았다"고 말했다.
식권을 받은 학생들이 고맙다고 연락할 때 가장 뿌듯했다는 이호영(25)씨는 "나 같이 평범한 사람도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주변에 퍼뜨린 게 좋았다"고 말했다.

712명이 한 술씩 보태 형편이 어려운 친구 600여명에게 9,000번의 식사를 대접했다. 한양대 4학년 이호영(25)씨 주도로 지난해 9월 첫발을 디딘 ‘십시일밥’ 얘기다. “학생식당이 가장 바쁜 오전 11시부터 3시간 동안 공강시간인 학생들이 설거지나 홀 정리를 하고 대가를 식권으로 받아요. 식권은 학교 내 취약계층 대학생에게 전달됩니다.”

봉사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학교를 다니느라 정기적 봉사활동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라는 이씨의 예상은 적중했다. 십시일밥을 거쳐간 사람만 700명이 넘는다. 대학가에 소문이 나면서 현재 10개 대학에서 370명이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달된 식권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한 달에 5,6만원 꼴이다.

점심시간을 위해 추가 고용을 하기 부담스러운 식당도 반겼다. 일한 대가를 식권으로 제공하고 그 식권을 누군가가 소비하니 식당으로서도 이익이다. “식당에서는 학생들을 많이 쓰면 이익이기 때문에 더 요구하지만 저희가 들어가서 혹시나 원래 일하던 분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근무 인원에 제한을 둡니다.”

이씨는 십시일밥을 시작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취약계층 대학생의 어려움이 현실적으로 큰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십시일밥이라는 플랫폼이 대학사회에 자리 잡게 되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대학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씨는 졸업 후에도 후배들이 십시일밥을 진행해 나갈 수 있게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저 같은 평범한 사람도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또 다른 활동들을 촉발시키고 싶어요. 졸업하면 제가 속하게 될 사회, 또 다른 공동체에서 이런 활동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사랑의 우동’ 팔아 기부하는 울산 포차 총각

이준엽(30)씨가 6년 간 노점 포차를 운영한 끝에 마련한 자신의 가게 '화봉동 총각포차'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씨는 이 가게에서 우동을 판 수익금으로 산 내복과 쌀을 노점을 하던 당시 쓰던 트럭에 실어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한다.
이준엽(30)씨가 6년 간 노점 포차를 운영한 끝에 마련한 자신의 가게 '화봉동 총각포차'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씨는 이 가게에서 우동을 판 수익금으로 산 내복과 쌀을 노점을 하던 당시 쓰던 트럭에 실어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한다.

“우동 200그릇이 채워지면 수익금 전액을 독거노인들이 따뜻한 겨울을 지낼 수 있도록 ‘사랑의 우동차’를 타고 전달하러 갑니다.”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울산 화봉동에서 6년 동안 1톤 트럭을 이용한 길거리 포장마차를 운영했던 이준엽(30)씨는 지난해 번듯한 가게를 냈다. 집안 대대로 뿌리내리고 산 동네 이름을 따서 ‘화봉동 총각포차’로 명명했다. 장사가 잘 돼 남구 달동에 2호점을 낸 이씨는 이를 모두 동네 주민들이 도와준 덕으로 생각한다. “노점을 하면서 인도를 지나다니는 분들이나 주변 상가에 피해를 많이 줬죠. 그래도 지역 주민들의 격려와 도움을 많이 받아 자리 잡았으니 동네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그만큼 이씨는 감사의 마음을 동네에 돌려주기 위해 우동을 판 수익금으로 형편이 어려운 동네 노인이나 청소년을 돕는 ‘사랑의 우동차’라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처음 시작하면서 4,000원짜리 우동 250그릇을 판 100만원으로 내복과 햅쌀을 사서 독거노인 10명에게 전달했다. 배달은 노점을 하며 정이 든 트럭으로 아르바이트생들과 직접 한다. 올해 초에는 우동 200그릇을 판 돈으로 저소득층 어린이 7명에게 운동화와 트레이닝 바지를 선물했다.

이번 겨울에도 200그릇을 채우면 지역의 독거노인을 찾아 내복과 쌀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제는 일부 손님들이 일부러 우동을 먹거나 잔돈을 받지 않는다. “나도 어렵지만 작더라도 베풀 수 있다는 점에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청소부 아주머니 고맙습니다” ‘따뜻한 고백’한 대학생들

따뜻한 사람들이 만드는 이로운 세상을 위해 '따뜻한 고백' 캠페인을 벌였던 장군년씨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따뜻한 사람들이 만드는 이로운 세상을 위해 '따뜻한 고백' 캠페인을 벌였던 장군년씨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청소부 아주머니께 감사의 메시지를 전해주세요!”

지난 3월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학생회관 남자 화장실 거울에 이런 내용의 노란 메모가 붙었다. 이후 화장실에 들렀던 학생들은 “표현은 못했지만 항상 감사드린다”는 마음을 담은 메모를 써서 붙여 거울 한 켠이 메모로 뒤덮였다.

이 과정을 디지털 사진기 두 대로 12시간 촬영해 편집한 동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화제가 됐다. 이는 성균관대 소모임 ‘따사로움(따뜻한 사람들이 만드는 이로운 세상)’ 소속 학생 5명이 해낸 일이다. 광고동아리 활동을 함께한 선후배들이 “스펙 쌓기 차원에서 공모전에 내는 광고가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모임을 주도한 장군년씨(경영학과 12학번)는 주변에 평소에 감사했지만 마음을 전하지 못했던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보자는 취지로 ‘따뜻한 고백’ 캠페인을 제의했다. “당시 불거졌던 갑을 논란이나 비정규직 문제를 보면서 학교에서 일하는 경비 아저씨나 청소 아주머니에게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해보자고 했죠.”

예상외로 반응이 좋아 장씨도 놀랐다. “다들 좋은 일을 하고 싶었는데 방법을 몰랐던 것 같아요.” 장씨는 앞으로 버스기사, 경비원 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따뜻한 고백’ 캠페인을 이어갈 계획이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김주리 인턴기자(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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