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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스님, 신도들 “국민화합과 갈등해소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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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스님, 신도들 “국민화합과 갈등해소가 우선”

입력
2015.11.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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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화두 국민화합과 갈등해소, 대화 잘 이뤄지도록 지켜봐 달라”

“민주노총 품고 있는 것 오직 자비심이지 주장에 동조해서 아니다”

“공권력만으로 문제 해결하겠다는 의식 혼란 야기”

대한불교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 스님과 화쟁위원들이 24일 오후 평화집회 중재안에 대한 회의 결과를 발표하기 서울 견지동 조계사로 이동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대한불교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 스님과 화쟁위원들이 24일 오후 평화집회 중재안에 대한 회의 결과를 발표하기 서울 견지동 조계사로 이동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공권력만으로 문제 해결하겠다는 의식은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합니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본산 조계사의 스님과 신도들이 연일 이어지는 ‘조계사 흔들기’에 자제를 호소하고 나섰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은신으로 종단의 일거수 일투족이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청와대까지 나서 “공권력 우롱”을 언급하며 조계사를 압박하자 호소문을 통해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조계사 사부대중(스님 및 신도) 일동은 25일 ‘민주노총, 정부ㆍ경찰, 불자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공개하고 “우리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화두인 국민화합과 갈등해소에서 중요한 것은 대화를 통한 소통”이라며 “한 위원장의 신변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의견들을 드러내 놓고 모두가 공존하고 상생하는 대화합을 위한 지혜의 길을 찾아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양한 의견들이 조계사로 향하고 있고 화쟁위원회가 의견들을 청취하고, 새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는 만큼 국민 여러분께서도 옳고 그름의 여부와 의견의 차이를 떠나 상생과 화합의 길을 모색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성원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이들은 석가모니의 ‘독화살의 비유’를 들어 “독화살을 뽑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지, 쏜 사람은 누군지, 화살의 재질이 무엇인지 등은 나중 문제”라며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부대중 일동은 또 민주노총, 정부 및 경찰, 불자들을 향해 각각의 당부사항을 전했다. 이들은 민주노총에 대해 “조계사 부처님께서 여러분을 품고 있는 것은 오직 자비심이지 여러분의 주장에 동조해서가 아니라”며 “향후 진행되는 집회 및 시위에 대해 다각적으로 평화적 방법을 모색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조계사 측이 사찰이 불법 시위를 준비하는 장소로 쓰여서는 곤란하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표현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면서도 정부를 향해서는 “공권력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식은 또 다른 혼란을 야기시켜 문제의 본질을 치유하기 어렵게 만든다”며 “조계사가 갖는 종교적 상징성, 조계사가 차지하는 한국불교내의 위상을 존중해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해 사찰 진입의 자제를 호소했다.

앞서 24일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수배 중인 민주노총 위원장이 종교단체에 은신한 채 공권력을 우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조계사에 피신 중인 한 위원장의 검거를 주문하는 듯한 이 발언은 여러 해석을 낳았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호소문 전문>

국민여러분께 드립니다. 분주한 일상과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가족과 사회를 굳건히 지탱하고 계신 국민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모두의 가정과 일터에 부처님의 자비로움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일찍이 부처님께서는 ‘독화살의 비유’라는 유명한 일화를 통해 가장 시급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간단하고도 평범한 진리를 깨우쳐 주셨습니다. 즉, 독화살을 뽑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지, 쏜 사람은 누군지, 화살의 재질이 무엇인지 등은 나중 문제라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화두는 국민 화합과 갈등 해소입니다. 국민화합과 갈등해소에서 중요한 것은 대화를 통한 소통입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신변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각자가 처한 입장과 처지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을 갖는 것은 당연하나, 서로 다른 의견을 드러내 놓고 모두가 함께 공존하고 상생하는 대화합을 위한 지혜의 길을 찾아 가는 것입니다.

다양한 의견들이 조계사로 향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견들을 청취하고,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합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옳고 그름의 여부와 의견의 차이를 떠나 사회갈등을 해소하고, 상생과 화합의 지혜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음을 지켜봐 주시고 화합과 대화가 잘 이뤄지도록 성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민주노총 관계자 여러분께 드립니다. 조계사는 불교신자 여부를 떠나 온 국민이 사랑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종교시설입니다. 또한 한국불교의 전통을 온전히 계승하고 있는 대한불교조계종의 총본산이자, 서울지역 10만 신도의 수행처이자 기도처입니다. 조계사 부처님께서 여러분을 품고 있는 것은 오직 자비심이지 여러분의 주장에 동조해서가 아닙니다. 따라서 가장 기본적인 사찰의 예법과 생활 청규에 동참해 주시기 바라며, 투쟁과 관련한 제반의 활동은 삼가 해주기 바랍니다. 아울러 향후 진행되는 집회 및 시위에 대해 다각적으로 평화적 방법을 모색해주길 바랍니다.

정부와 경찰관계자 여러분께 드립니다. 공권력의 역할과 법 집행의 엄중함은 당연히 모든 국민에게 평등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 화합과 자비라는 종교 본연의 역할도 있습니다. 사회의 질서도 소중하지만 종교가 갖는 상징적 공간에서는 그 본연의 역할을 존중해야 합니다. 일부에서는 최근의 상황이 공권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공권력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식은 또 다른 혼란을 야기시켜 문제의 본질을 치유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이러한 악순환을 막고 우리사회 갈등의 대립을 풀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 가야 합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겠지만 조계사가 갖는 종교적 상징성, 조계사가 차지하는 한국불교내의 위상을 존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불자 여러분께도 호소합니다. 우리는 지옥 중생을 모두 제도하지 않고서는 지옥을 떠나지 않겠다는 지장보살의 서원을 알고 이에 따라 보살행의 길을 걷겠다는 불제자들입니다. 우리 사회의 아픔과 세상의 고통에 답하고 실천하는 것이 불자들의 신행과 기도의 이유입니다. 이에 비록 신행활동을 하는데 있어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자비롭고 원만하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우리사회의 화합과 상생을 위한 기도에 수희 동참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 조계사 사부대중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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