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엔 6년간 171%나 늘어
금융사, 기업대출 부실화 자초
최근엔 부동산업 등에 집중돼 우려
현재 고강도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취약 업종에 대한 대출이 최근 수년 동안 급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등 금융기관이 이들 업종의 부실 징후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돈을 빌려주면서 기업대출 부실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이 25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업종별 대출 증가율 순위를 매긴 결과 조선, 철강, 석유화학, 해운 관련 업종이 상위에 올랐다. 건설업과 함께 5대 취약업종으로 꼽히며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부문들이다. 조선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1위)은 올해 6월말 대출잔액이 2009년초 대비 171% 늘어 업종별 평균 증가율(33%)의 5.2배에 달했다. 철강업에 해당하는 ‘1차금속 제조업’(3위)은 같은 기간 대출이 61% 늘었고, 석유화학업에 속한 ‘화학ㆍ의료품 제조업’(6위)은 50%, 해운업이 속한 ‘운수업’(8위)은 39%의 대출 증가율을 각각 기록했다. 이 기간 이들 업종의 대출잔액 증가액은 42조3,000억원으로, 전체 기업대출 증가액의 18%에 달했다. 건설업(-42%)만 취약업종 중 유일하게 대출이 감소했다.
문제는 이들 업종의 부실화가 대출 급증기에 표면화했다는 점이다. 조선업은 전년 대비 대출 증가율이 20%를 상회했던 2012년과 2013년에 매출이 각각 3.0%, 3.9% 하락했다. 2013년엔 이자보상배율(-0.4%)마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해운, 철강, 석유화학 업종도 2012~2013년 매출 감소 상태로 전락했다.
최근엔 저수익 서비스업에 기업대출이 집중되면서 대규모 대출 부실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부터 올해 6월말까지 대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부동산 및 임대업(26%)과 숙박 및 음식점업(19%). 특히 이 기간 기업대출 증가액 84조원 중 29조원이 부동산ㆍ임대업에 쏠렸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시중금리가 오르거나 부동산 및 자영업 경기가 둔화된다면 대출 부실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업황 악화가 추세적ㆍ구조적 현상이라면 선제적 대출 조절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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