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군복무를 하는 것도 큰 보람이죠.”
지난 3월 부산 수영교차로. 호흡이 멎은 40대 남성이 길가에 쓰러져 있었다. 웅성대는 인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김병일(28)씨가 숨을 불어넣고 심장제세동기로 충격을 가하자 조금씩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맥박이 살아나고 눈가에 생기가 돌자 그제서야 김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할 때면 다급한 마음에 눈앞이 캄캄해지곤 하지만 머릿속에는 오직 혼신을 다해 살려내야 한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부산남부소방서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군복무 중이다. 총 대신 구조장비를 들고, 최전방 철책이 아닌 시내 곳곳의 위급상황을 찾아 다니며 하루하루 자신만의 전투를 치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의식을 잃고 집안에 쓰러져 있던 50대 가장을 심폐소생술로 구조하기도 했다. 한달 새 중년 남성 2명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이 같은 공로로 7월 중앙소방본부로부터 하트 세이버 증서를 받았다. 멎은 심장을 다시 뛰게 해서 인명을 구한 사람에게 주는 국가인증서다. 지난해 부산남부소방서의 구급출동 1만1,000여 건 가운데 10건 정도만 하트 세이버로 인정될 만큼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한다.
김씨는 내년 6월이면 2년간의 군복무를 마친다. 또래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입대해 난생 처음 가본 소방서에 배치될 때만해도 두려움이 앞섰지만 직접 불을 끄고, 사람을 살리고, 촌각을 다투는 위기를 극복해가면서 나날이 발전해가는 모습에 전역 후 사회복귀에도 한껏 자신감이 붙었다. 김씨는 “늘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내 가족을 살린다는 각오로 복무하는 것도 현역으로 군대에 가는 것 못지 않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병무청은 25일 제2회 사회복무대상 수상자로 김씨를 포함한 5명을 선정해 시상했다. 사회복지, 보건의료, 교육문화, 환경안전, 사회봉사 등 각 분야에서 사회복무의 참뜻을 실천한 젊은이들이다. 박창명 병무청장은 “사회복무요원의 사기진작과 안정적인 근무여건 조성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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