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아들 덕분에 내가 스타가 됐다."
삼성 구자욱(22)을 바라보는 어머니 최은숙(52)씨와 아버지 구경회(56)씨의 얼굴에는 자랑스러움이 그대로 느껴졌다.
구자욱은 24일 열린 MVP·최우수신인선수 및 부문별 시상식에서 신인왕을 수상했다. 유효표 100표 중 60표를 얻어 40표의 넥센 김하성(20)과 6표를 획득한 kt 조무근(24)을 따돌렸다. 삼성 소속으로는 6번째 신인왕의 주인공이 됐다.
아들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부모님이 시상식에 참석하는 걸 만류했다. 하지만 서운해 할까 봐 마음을 바꿔 호텔까지 예약을 해두고는 대구에 계신 부모를 시상식 전날(23일) 서울로 모셨다. 어머니 최씨는 "처음에는 오늘은 엔트리에 들었나, 안들었나를 가슴 졸이며 확인해야 했는데, 나중엔 오늘도 당연히 경기에 나오겠지 싶었을 때 아들이 참 자랑스럽게 느껴졌다"며 미소 지었다. 아버지 구씨는 "여기 와서 아들이 하는 걸 보니 마음이 조금 놓이긴 하지만 아직 다는 아닌 것 같다. 충족을 시키진 못했다"고 더욱 정진할 것을 당부했다.
잘 생긴 외모에도 학창시절 사고 한 번 친 적이 없다는 구자욱은 집에서 애교 많은 막내 아들이다. 최씨는 "힘들어도 힘들다고 내색도 안 한다. 나이에 비해 일찍 철이 들었다. 뭐든 알아서 스스로 잘했다"며 대견해 했다. 잘 나가는 아들 덕분에 부모님의 전화도 불이 나고 있다. 어머니 최씨는 "아들 덕분에 내가 스타가 됐다. 요즘 아들이 잘 할 때마다 전화가 많이 온다"며 행복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막 첫 걸음을 뗐다. 부모는 여전히 구자욱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최씨는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못한 걸 굉장히 아쉬워하고 있다. 그게 더 자극이 될 것 같다"며 "워낙 본인이 열심히 하려고 한다. 부상 당하지 않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며 아들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부모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들은 1년 만에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냈다. 대구고를 졸업하고 2012년 2라운드 12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구자욱은 첫 시즌 뒤 상무에 입대했다. 그리고 지난해 상무 소속으로 퓨처스 남부리그 타격왕으로 시상식에 참석해 친구인 NC 박민우(22)가 신인왕을 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 그는 "친한 친구인 민우가 신인왕을 타는 모습이 참 부러웠다. 그 부러움 덕분에 더 열심히 했던 게 오늘 이 자리에 올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올 시즌 그는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1군 데뷔 첫 해였지만 116경기에 나와 타율 0.349, 11홈런 57타점 17도루를 기록했고 1루와 3루수,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로 모두 나섰다. 구자욱은 "앞으로도 열심히 하는 선수로 남고 싶다. 운동장에서 악착같이 플레이 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인왕이 끝이 아니다. 더 큰 꿈과 목표가 있으니 앞으로 열심히 달려가겠다"며 "당연히 더 큰 꿈은 MVP다"고 다짐했다.
사진=구자욱(왼쪽부터)과 그의 어머니-아버지. /임민환기자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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