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중개상 함모씨와 금전거래
사업편의 대가성 입증이 수사의 관건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AW-159) 도입 비리에 연루된 최윤희(62) 전 합참의장이 24일 검찰에 소환됐다. 지난달 7일 임기를 마치고 전역한 지 불과 48일 만이다. 현역 군인으로선 최고위직인 합참의장 출신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1996년 율곡사업(군 전력증강 사업) 비리로 구속된 이양호 전 국방장관(합참의장 재직은 93년 5월~94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해군참모총장 출신으로는 올해 들어서만 황기철, 정옥근 전 총장에 이어 세 번째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대전고검 차장)은 이날 최 전 의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밤 늦게까지 조사했다. 그는 2012년 와일드캣이 도입 기종으로 결정될 당시, 우리 해군의 최고 의사결정권을 가진 해군참모총장을 지냈다. 와일드캣은 당시 군의 작전요구성능(ROC)에 한참 미달했지만 실물 평가도 없는 졸속 시험평가로 해상작전헬기 기종으로 선정됐다. 합수단은 상명하복이 뚜렷한 군의 특성으로 볼 때, 최 전 의장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최 전 의장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들은 다수 발견된다. 와일드캣 도입사업 당시 해군본부 전력기획참모부장으로 있으면서 허위 시험평가서를 작성한 혐의로 지난 6월 구속기소된 박모(57) 해군 소장은 “최윤희 참모총장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박 소장은 금품수수 등의 흔적이 나오지 않아 ‘윗선’의 지시가 아니라면 딱히 범행동기를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 사건과 구도가 유사한 통영함 납품비리 사건에서도 황기철ㆍ정옥근 전 총장의 연루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특히 의심스런 대목은 최 전 의장 측과 와일드캣 거래를 중개한 S사 대표 함모(59)씨의 관계다. 최 전 의장의 아들은 지난해 9월 함씨로부터 사업비 명목으로 2,000만원을 받았다가 1,500만원을 반환했고, 그의 부인 김모씨는 함씨와 수 차례 만나는 등 친분을 맺어 왔다. 함씨는 김씨와 가까운 승려에게 거액의 시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기중개상인 함씨가 최 전 의장 본인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이러한 금품을 살포하고 관계를 유지했다고 보기엔 상식적으로 무리라는 게 합수단의 판단이다. 물론 최 전 의장 측은 “뇌물이 아니라 차용금”이란 입장이지만, 군 최고위급 인사가 이해관계가 걸린 무기중개상과 금전거래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비판은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정황들이 최 전 의장의 혐의를 입증할 ‘직접 증거’는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통영함 비리와 관련해 1심 법원이 황 전 총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고 인정할 근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황 전 총장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증언에도 불구하고 ‘청탁이 없는 개입’을 범죄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합수단으로선 최 전 의장마저 면죄부 수사를 할 경우 군에 대한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그를 공개 소환한 것은 수사에 자신이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 전 의장 혐의 입증의 관건은 결국 함씨가 건넨 금품의 대가성이다. 함씨가 최 전 의장 측과 금전 거래를 했다는 사실을 최 전 의장도 인지했고, 이는 와일드캣 도입사업을 비롯한 함씨의 사업 편의 제공의 대가였음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이럴 때 최 전 의장이 와일드캣에 대한 거짓 시험평가서 작성 등을 지시했다는 박 소장 진술의 신빙성도 더욱 높아질 수 있게 된다. 합수단은 일단 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신병을 확보한 뒤 최 전 의장 비리에 대한 구체적 진술을 받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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