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사업 축소는 불가피하다.’
광주시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사업과 관련한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간신히 ‘보완’ 결정을 받아냈다. 당초 예비타당성조사(예타) 통과 여부를 놓고 내심 ‘보류’하려던 기획재정부가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업 추진을 위한 예산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번 보완 결정은 사업비를 당초(8,347억원)보다 4분의 1 수준으로 줄인 상태에서 이뤄진 예타 결과에 대한 것이어서 사업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24일 시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 23일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사업 예타 2차 점검회의에서 조사 수행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추가 보완을 요구했다. 이 사업의 핵심 내용인 광주형 일자리 창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부실해 정책의 일관성 및 사업준비 정도 등에 대한 정책성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를 보완하도록 한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민정 대타협을 전제로 자동차를 생산하는 독립법인을 만들어 일정 수준의 고정급 일자리를 확대하자는 게 핵심. 시는 이를 통해 현재 자동차 생산 규모(62만대)를 100만대로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낮은 임금을 보장할 테니, 기업들이 투자를 해달라는 것이다. 시는 지난 9월 1차 예타 점검회의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제기돼 뒤늦게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자료를 KDI에 건넸지만 조사 분석이 이뤄질 만큼 내용이 충실하지는 못했다.
이번 보완 의견은 기재부가 KDI에 예타 조사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예타를 통과시켜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윤장현 광주시장은 “광주형 일자리라는 가치를 가지고 예타를 하는 게 좋겠다는 (시의 요청에 대해)기재부의 동의가 있었다”며 다른 말을 해 논란을 낳고 있다.
시는 기재부의 예타 보완 지시로 관련 예산 확보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지만, 당장 이 사업의 첫해 예산으로 요청한 353억원의 국비 확보는 어렵게 됐다.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이 중 산단 설계비 10억원만 반영한 상태다.
문제는 이번 사업에 대한 예타가 통과되더라도 사업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미 예타의 경제성 분석 결과,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도 0.85로 낮게 나왔다. 일반적으로 B/C 비율이 1보나 적으면 경제성이 없다. 더구나 이 분석 결과도 예타 통과를 위해 사업비를 2,500억원으로 대폭 축소한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시로서는 향후 분석 조건에 사업비를 늘릴 경우 B/C비율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게다가 광주형 일자리를 반영하는 정책성 분석을 다시 한다고 하더라도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개념 정립 등 구체적 실행계획도 나오지 않은 터라 당장 이와 관련된 사업비 증액은 기대하기도 힘들다. 이 때문에 시는 사업 명칭 등을 포함한 규모 축소 여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윤 시장은 “이번 사업이 박근혜 대통령 공약사업이기 때문에 사업 명칭은 당분간 그대로 갈 것이지만, (내년 2월) 3차 예타 점검회의에서 필요에 따라 내용은 조금 바꿔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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