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부지 소유권부터 해결’ 하더니
이번엔 ‘나중에 해결해도 무방’ 급선회
경북 경주시가 수 차례 반려해 온 불국사 앞 주차장부지에 아파트건설을 허용한 것은 특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는 다른 사업자들에게는 “경매로 개인에게 넘어간 주차장 진입로부터 해결할 것”을 주문하다 이번엔 “나중에 해결해도 된다”며 입장을 바꾼 때문이다.
경주시는 지난 6월말 경주시 진현동 834의19 일대 주차장 부지에 시행사인 육남위드위가 제출한 11~14층 730가구의 아파트건설사업을 승인했다. 경주로 이전할 한수원 본사 임직원들의 사택 마련이 주목적이다.
문제는 경주시가 그 동안 다른 시행사에 대해선 사업부지에 얽힌 복잡한 권리관계 선결을 요구하다가 이 업체에 대해선 문제삼지 않았다는 데 있다.
해당 부지는 불국사 경내에서 직선거리로 1.2㎞가량, 불국사 상가 맨 아래쪽 도로 건너편의 주차장 부지다. 이 주차장은 경주시가 1996년부터 민자유치로 추진해 오다 2005년 준공했지만 이용객부족으로 부도가 났다. 주차장 사업자는 경주시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 중재로 경주시가 직접 배상하는 대신 부지 용도를 상업용지로 변경됐다. 이후 경매와 각종 소송이 계속되면서 권리관계가 복잡해져 그 동안 3, 4개 업체가 도전했다가 포기했다.
그 동안 경주시의 사업승인 조건은 기부채납 이전에 경매를 통해 개인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왕복 8차로의 주차장 진입로 일부 구간을 매입해 기부채납을 마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유권자가 높은 가격을 요구해 번번히 실패했다. 문제의 땅은 주차장 부지 안에 포함된 국공유지 9,474㎡ 대신 그에 상당하는 진입로를 경주시에 기부채납해야 하는데 절차를 마치기 전에 사업주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경매에 넘겨졌다.
하지만 경주시는 육남위드위에는 ‘선결’ 대신 일단 사업승인 후 아파트공사를 하면서 해결해도 되도록 ‘특혜’를 제공했다.
게다가 아파트건설 부지는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인 불국사 인근이어서 천년고도 경주의 스카이라인을 훼손한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불국사 측은 “문화재자문위원회를 거쳐 법대로 하면 문제삼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아파트가 들어서면 7번 국도에서 바라보는 불국사의 경관이 가로막힐 수밖에 없다. 불국사 집단시설지구는 미관지구로 묶어 건물 높이는 2~6층, 지붕은 골기와를 올리도록 하는 등 엄격하게 규제하면서 도로 하나 건너편에는 고층아파트를 허용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의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천년고도 경주의 스카이라인을 무너뜨리는 대규모 아파트건설사업을 인허가단계부터 면밀하게 검토해 차단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상업지역이고, 건축심의를 통해 아파트 층수도 17층에서 14층으로 낮추는 등 문화재보호법 등 관련법상 하자가 없다”고 해명했다.
시행사 측은 730가구 중 500가구는 한수원에 사택으로 특별공급하고 나머지 30%를 일반 분양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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