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체들에게 연말 연초는 대목이다. 기업들이 일제히 사장 및 임원 인사를 실시하면서 법인차를 대거 팔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올해는 현대자동차의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 ‘EQ900’과 기아자동차의 ‘K7’ 등 신형 세단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치열한 영업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다만 경기 침체로 법인차 수요가 줄어들 수 있는 점이 변수다.
2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법인차 시장은 업무용 차량 및 임원용 차량 등을 합쳐서 2011년 약 30만대 규모에서 지난해 37만대 수준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대기업들이 임원 승진 인사 폭을 줄이고 비용 절감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 매면서 지난해보다 시장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자동차 업체들은 가격이 비싼 준대형 세단들이 연말연초 법인 영업에 숨통을 틔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제네시스 EQ900과 신형 K7의 출시 시점은 각각 다음달과 내년 1월이어서 법인차 영업 시기와 맞물린다.
출발은 순조롭다. 제네시스 EQ900은 사전 계약을 시작한 23일 하루 만에 4,342대가 팔리며 현대차의 역대 최고급 세단 중 최대 실적을 올렸다. 이 중 약 40%는 법인 계약이다. 2013년 11월 2세대 제네시스(DH)가 세운 첫날 계약 기록 3,331대도 가뿐히 뛰어넘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가의 국내 최고급 세단이란 점을 감안하면 믿기 힘들 정도의 계약 대수”라고 놀라워했다.
7년 만에 완전변경 되는 신형 K7은 이날 세계 최초로 외관 디자인을 공개하며 법인차 영업을 위한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수입 물량이 모자랄 정도로 반응이 좋은 한국지엠(GM)의 임팔라도 올해 본격적으로 법인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국GM은 교체가 임박한 대기업과 금융권 상무ㆍ전무급 임원 차량으로 임팔라가 낙점 받을 수 있도록 본사 직영 특판팀을 가동 중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임원용 차는 고가여서 소형차보다 이윤이 좋고 외부에 비치는 상징성이 커서 중요한 공략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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