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에 밀려 수익 악화 탓
국내에서 처음으로 합법적인 카지노가 들어섰던 ‘파라다이스 호텔 인천’이 간판을 내린다. 1965년 12월 ‘오림포스 호텔’로 문을 연지 반세기 만이다.
파라다이스 그룹 관계자는 24일 “파라다이스 호텔 인천은 올해 12월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을 예정”이라며 “총 1,200실 규모의 호텔 2곳이 포함된 영종도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 시티’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사업성 부분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파라다이스 호텔 인천의 전신인 오림포스 호텔은 1965년 12월 43객실 규모로 문을 연 인천 최초의 관광호텔이다. 1963년 인천 제1호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곳이기도 하다. 이 엘리베이터는 현재까지 운행 중이다.
1967년 8월에는 국내 최초로 카지노 영업허가를 받았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외화 벌이를 명분으로 문을 연 첫 외국인 전용 카지노였다. 서울의 워커힐 호텔은 오림포스 호텔보다 1년 늦게 카지노를 유치했다. 카지노는 2005년 8월 영종도 그랜드 하얏트 인천으로 자리를 옮겨 지금도 운영 중이다.
이 호텔은 개관 후 인천을 찾는 귀빈들이 이용하는 대표 호텔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심은 기념식수는 아직 호텔 정문 앞에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는 우리나라와 프랑스 등 축구 국가대표팀의 숙소로 쓰였다. 이듬해 4월에는 관광호텔 특1급으로 승격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천아시안게임 개최와 국제기구 유치 등으로 인해 송도국제도시 등에 경쟁 상대인 특급호텔이 연달아 들어서면서 수익이 악화돼 운영상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호텔 건물은 문을 닫은 뒤 리모델링을 거쳐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개장할 파라다이스 시티 직원들의 기숙사 등으로 쓰일 계획이다.
파라다이스 그룹 관계자는 “호텔 건물을 직원 숙소로 사용하는 게 첫번째 안이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파라다이스 인천) 정직원 28명의 고용 승계 문제도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파라다이스 그룹 창업자이자 ‘카지노 업계의 대부’라 불린 고 전락원 전 회장과 이 호텔과의 인연도 깊다. 2004년 별세한 전 전 회장은 1967년 공동 대표이사를 맡아 호텔과 카지노 경영을 이끌었고 2000년 4월 호텔을 인수해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기도 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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