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은 한국 남성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남성 위암 환자는 2만839명에 이른다. 여성 위암 환자는 남성의 절반인 1만여명 선으로, 갑상선암 유방암 대장암에 이어 4위에 올라있다. 한국인이 왜 위암에 잘 걸리는지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위암에서는 조기 진단 및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주호 이대목동병원 외과교수(위암ㆍ대장암협진센터 위분과장)은 위암 조기진단의 중요성에 대해 “생존율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 교수의 설명은 병기별 생존율 수치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위암 1기 생존율이 95%에 달하는 데 비해, 2기는 70~80%, 3기는 40~50%로 급속히 떨어진다. 이 교수는 “위암은 발생은 잦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95% 이상 생존이 가능하다”고 했다.
위암 4기는 암세포가 간 등 다른 장기로 전이돼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로 생존율을 논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이 교수는 “암세포가 혈류를 타고 간 대장 복막 등으로 전이되면 수술로도 안 된다”면서 “외과 전문의들이 조기진단을 ‘제2의 예방’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위암의 5년 생존율이 71.5%에 이르지만, 전체 위암환자의 28.5%는 결국 사망하는 것이 현실이다.
동아시아인 높은 발생률은 염장문화 탓
위암 발생은 인종과 유전의 영향을 받지만 환경 탓도 아주 크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에서 위암 환자가 많은 것은 염장문화가 발달됐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힘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젓갈류 등 염분이 많은 음식물이 변형되면 발암물질인 니트로스아민이 생겨 위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미국 하와이로 이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추적연구 결과, 일본 본토인이 위암에 걸릴 확률이 100이라면, 이민 1세대는 70, 이민2세대는 35인 것으로 나타났다. 짜고 맵고, 가열한 음식을 즐기는 환경에서 반대 환경으로 이동한 것이 위암 발생을 감소시켰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남성들은 술과 담배를 즐기고 외식을 많이 하기 때문에 위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고 했다.
조기위암은 위 점막에서 발생된 암이 점막에 국한되거나, 점막을 넘었더라도 점막하층에 한정돼 있어 적절한 수술이 시행되면 95% 이상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암 검진의 보편화로 조기위암 환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위암수술도 복강경이 전통적인 개복수술의 자리를 채워나가고 있다. 전통적인 개복수술에서는 25cm 정도 배를 크게 가른 뒤 림프절까지 넓게 절제했다. 반면 복강경 수술은 개복 없이 배 안으로 0.5~2㎝의 구멍을 3~5개 정도 뚫고 공기를 흡입, 부풀어진 뱃속에 카메라와 전자 메스, 집게 등 수술기구를 넣어 몸 밖에서 수술을 진행한다. 이 교수는 “조기위암은 암세포가 점막 또는 점막하층에 국한돼 위벽 침습이 깊지 않고 림프절 전이도 적어 개복을 하지 않고 복강경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면서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도 빠르고 미용적 효과가 뛰어나 환자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복강경 위암수술은 안전성과 치료 효과를 검증 받으며 현재 조기위암 수술의 표준치료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교수는 “99년부터 조기 위암환자를 개복수술군과 복강경 위암수술군으로 나눠 장기 생존율과 폐, 심장 등 합병증 등을 추적한 결과, 개복수술과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복강경 수술의 적응증은 관련 술기와 장비의 발달에 따라 조만간 진행성 위암으로까지 더욱 넓어질 것으로 이 교수는 내다본다. 진행성 위암은 조기위암과 달리 암세포가 점막하층을 지나 근육층 너머로까지 뚫고 들어 간 상태다. 이 경우 암이 위에만 국한되지 않고 주위 림프절은 물론 간 췌장 결장 비장, 폐, 뼈 등으로 원격전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교수는 “한국복강경위장관연구회에서 진행형 위암환자에게 복강경 수술을 실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2~3년 후 관련 유의한 결과가 발표되면 진행성 위암에도 복강경 수술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위암 환자의 증가세는 지속될까. 이 교수는 2020년 무렵부턴 위암 환자수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 이 교수는 “20세기 초 위암은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었지만 1950년대 냉장고가 대중적으로 보급된 후 30년이 지난 1980년대부터는 미국에서 사례를 보기 힘든 암이 됐다”고 했다. 2012년 기준 위암은 미국에서 10대 암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도 1990년대 냉장고 보급이 완료된 만큼 미국처럼 30년이 경과한 2020년 무렵에는 위암환자수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고령화로 위암환자 연령층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경계 대상이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50~50대 연령에서 위암환자가 많이 발생했지만 현재는 65세 이상 노인층에서 많다”면서 “수술기법이 발달해 고령이라 해도 장년층과 비교해 수술 후 합병증 발생이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의료진이 수술을 권유하면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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