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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역버스 졸음운전 위험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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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역버스 졸음운전 위험 '빨간불'

입력
2015.11.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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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70% "하루 16시간 이상 운전"

졸음운전 가능성 서울 버스의 61배

재생타이어 사용버스 60% 달해

정비사도 무자격자 많아 안전 허점

22일에도 고양서 사고 18명 사상

사진은 서울 중구 남대문세무서 앞 버스정류장에 줄지어 선 광역버스. 연합뉴스
사진은 서울 중구 남대문세무서 앞 버스정류장에 줄지어 선 광역버스. 연합뉴스

경기 A고속 운전기사 이모(47)씨는 수원과 서울을 왕래하는 광역버스를 몬다. 이씨가 하루 운행하는 시간은 15~16시간. 한 달에 2~3차례 새벽 5시10분 첫차를 배차 받아 밤 11시30분 막차까지 왕복 2.5~3.5시간씩 5~6차례를 오갈 때면 20시간 가까이 운전석에서 살아야 한다.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시스템이지만, 살인적인 스케줄 탓에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씨는 “차가 막히면 하루 1~2시간도 못 쉴 때가 있다”며 “배차 스트레스까지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씨처럼 과로에 시달리는 경기 광역버스 기사들은 서울 시내버스 기사들보다 졸음운전을 할 가능성이 61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한을 넘은 낡은 차량이 수 백대에 이르고 재생타이어 이용률도 60%에 달해 꼼꼼한 정비가 필요하지만, 정작 업체 소속 정비사의 62%는 자격증 없는 무자격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조건과 차량 상태 등이 사고를 불러올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23일 한국노총과 전국자동차노조, 가톨릭대 보건대학원이 올해 4월부터 7개월간 서울과 경기지역 등 버스기사 1,000여명을 대상으로 피로도 및 건강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격일제로 근무하는 경기 광역버스 기사들은 70% 이상이 하루 16~17시간을 운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의 절반 이상(55%)이 졸음운전의 위험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왔다. 1일 2교대 근무가 많아 하루 6~9시간을 운전하는 서울 시내버스 기사들보다 노동강도가 세고 수면 시간이 월등히 부족한 탓이다. 이는 결국 사고 위험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다. 보고서는 피로지수와 위험지수 등을 따져보면 경기 시내ㆍ광역버스 기사의 집중력 저하와 졸음운전 가능성이 서울 시내버스 기사보다 각각 36배와 61배 이상 높다고 분석했다. 지난 22일 오후 9시30분쯤 18명의 사상자를 낸 고양 일산~서울 광역버스의 사고도 이런 근무 여건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사고버스는 승객을 태우려 정차한 버스를 추월하려다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가드레일을 넘어 마주 오던 버스와 충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운행시간을 단축하려 무리하게 서두르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운전자의 노동조건이 열악한 경기 버스업체는 차량 안전관리마저 허점을 드러냈다. 경기도가 지난 6,7월 도내 시내버스 1만880대(60개 업체)를 대상으로 재생타이어 사용 실태를 점검한 결과 59%인 6,420대가 재생타이어를 끼고 있었다. 이 가운데 1,262대는 흠집, 찢어짐 등 타이어의 외관과 마모상태 등이 불량해 교체 대상으로 꼽혔다.

차량 노후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여객자동차 운수법이 정한 연한(9년)을 넘기고도 도로를 누비는 차량이 581대(10~11년)에 달했다. 법이 안전도 등에 따라 시도지사가 2년 범위 안에서 추가연장을 허용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둔 때문이다.

낡은 차량이 많고 재생타이어 사용도 잦아 정비라도 철저해야 하지만, 업체 정비사의 62%는 자격증조차 없었다. 경기도의회 김지환(성남8)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경기도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도내 버스업체의 소속 정비사 846명 가운데 527명(62.3%)이 무자격자였다. 날림 정비가 우려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김 의원은 “여객자동차 운수법에는 버스업체 자체 정비소의 정비사 기준 등 구체적인 규정이 없는 실정”이라며 “승객의 안전을 무자격자에게 맡기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관련법에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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