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대전고검 차장)이 23일 무기중개상 함모(59)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이 제기된 정홍용(61ㆍ육사 33기) 국방과학연구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K9자주포와 K2전차 등을 개발한 국방과학연구소는 우리 군의 무기체계나 무기소요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관이다.
합수단은 이날 오전 정 소장을 불러 지난해 7월 차남이 함씨한테서 받은 4,000만원의 성격을 집중 추궁했다. 합수단은 또, 2012년 전역한 정 소장이 한국국방연구원 위촉연구원으로 있으면서 같은 연구원 소속 심모 연구위원의 동생이 운영하던 회사 법인카드로 2,000만원을 사용한 경위도 따져 물었다. 함씨는 도입비리 수사가 진행 중인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을 중개한 인물로, 군 고위층에 광범위한 인맥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은 함씨가 사업과정에서 정 소장의 도움을 얻고자 주변인물들을 통해 ‘우회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역 시절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 수도기계화사단장 등을 지낸 정 소장은 2012년 중장으로 예편한 뒤, 지난해 5월 국방과학연구소장으로 취임했다. 이러한 맥락으로 볼 때, 함씨가 정 소장 측에 건넨 금품에는 대가성이 있다는 게 합수단의 판단이다.
정 소장은 그러나 이날 조사에서 “둘째 아들이 유학에 필요한 잔고증명 차원에서 돈을 빌린 것이며 실제로 그 이후 모두 변제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인카드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민간인으로 있던 시절이어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은 정 소장에 이어 이르면 이번 주중 와일드캣 도입 결정 당시 최종 의사결정권자였던 최윤희(62) 전 합참의장도 소환할 계획이다. 합수단은 최 전 의장의 아들이 함씨로부터 사업 투자금 명목으로 2,000만원을 받았다가 1,500만원을 돌려준 사실을 파악, 금품의 대가성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합수단은 앞서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함씨에 대해서도 조만간 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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