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대통령부인 그레이스 무가베(50)가 91세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을 위한 ‘특수 휠체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무가베 대통령이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한데다 정신질환 등을 앓아 통치 능력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자신이 휠체어에 그를 태우고 다니며 통치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레이스 무가베는 21일 한 정치집회에 나와 연설을 통해 “무가베 대통령은 100세까지 집권을 이어갈 것”이라며 최근의 그의 퇴진 요구를 일축하며 “자신이 휠체어를 밀고 다니며 무가베 대통령이 집권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레이스 무가베가 이날 특수 휠체어를 만들면서 무가베 대통령의 집권을 연장하겠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2018년 대선까지 거동이 불편한 그를 대신해 짐바브웨를 수렴청정할 뜻을 공개한 것이다. 무가베 대통령은 94세가 되는 2018년 대선에서도 자신이 이끄는 집권정당인 ‘아프리카 민족동맹애국전선’(ZANU PF)의 대권 후보로 나설 것임을 이미 밝힌 바 있다. 무가베 대통령이 그전에 사망할 경우 그레이스 무가베가 대신 대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980년 짐바브웨 독립 이후 34년째 장기 독재정권을 유지해왔던 무가베 대통령은 최근 퇴진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무가베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연설에서 자신의 당인 ZANU에 대해 “반대한다”라고 외쳐 고령으로 사실상 사리판단을 할 능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무가베 대통령은 독립 직후 백인 지주들의 땅을 몰수해 흑인들에게 나눠주면서 영웅으로 추앙 받기도 했지만 이 과정에서 짐바브웨 경제를 막대한 인플레이션 초래 등 나락으로 밀어 넣었고 비리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면서 비판을 받았다. 무가베에게 충성을 다했던 부하들도 경제난과 무가베의 노령으로 점차 등을 돌리고 있다.
그레이스 무가베는 22일 집회 연설에서 “여성들이 짧은 치마를 입고 허벅지를 길거리에 보여주고 다니는 것은 성폭력을 당하겠다는 뜻과 같다”며 “성폭력은 미니 스커트를 입는 여성들의 잘못”이라고 말해 비난을 받았다. 한 짐바브웨 여성은 트위터에 “할머니는 미니 스커틀 입지 않았지만 매일 성폭력을 당했다”면서 “그레이스 무가베는 여성들의 불명예(disgrace)”라고 비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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