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구조조정 대상으로 오르내리는 현대중공업이 강도 높은 긴축 경영을 실시한다. 계열사 사장단의 급여를 전액 반납하고 시설 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보류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1일 긴급 사장단 회의에 이어 23일 전체 임원 회의를 개최하고 최길선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해 흑자를 실현할 때 까지 긴축 경영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오일뱅크, 현대종합상사 등 그룹 계열사의 모든 사장들이 급여 전액을 반납하고 임원들도 직급에 따라 최대 50%까지 급여를 반납하기로 했다.
적자 규모가 큰 조선 관련 계열사들은 부서장들까지 급여의 10%를 반납할 예정이다. 이미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지난해 11월 “경영이 정상화돼 이익이 날 때까지 급여 전액을 반납하겠다”고 밝힌 뒤 지금까지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당장 급하지 않은 모든 사내외 행사와 각종 연수프로그램도 흑자를 달성할 때까지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신규 시설투자도 축소 및 보류한다.
필요 경비도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을 포함한 모든 임원이 해외 출장 시 6시간 이내 항공편에 탑승할 경우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 같은 긴축 경영 조치는 현대오일뱅크 등 실적이 양호한 계열사들도 모 기업의 위기 극복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함께 실시한다. 현대중공업은 이런 긴축경영을 통해 3,500억원, 그룹 전체적으로는 5,000억원 이상의 경비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중공업이 사상 초유의 비상 경영을 선언한 것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조선업계 최악의 불황 때문이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3조2,000억원대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직원 1,500여명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실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3분기에만 8,9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013년 이후 8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3분기 6,784억원 영업손실을 냈다고 공시했었지만 발주처의 시추선 계약 해지로 손실이 늘어나면서 적자가 32.3% 불어났다. 따라서 4분기 실적이 개선돼도 2년 연속 조 단위의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 최 회장은 임원 회의에서 “이번 조치는 내년 흑자 달성 목표를 위해 전 계열사 임직원들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며 “특단의 조치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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