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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역서점을 숨 쉬게 하자

입력
2015.11.2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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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봄 햇살이 살가운 4월 어느 날 서울 불광문고. 매장 한가운데 마련된 공간에 60여 명의 동네 어린이들이 모여 그림자극으로 탈바꿈한 전래동화 ‘먹보장군’을 보고 있다.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장면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어린 진지함이 서점을 찾은 어른 손님들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한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은평지회가 마련한 이날 서점문화행사의 관객은 책과 이야기에 한창 빠져 있을 작은 고객들이었다.

#장면 2. 군산시에 거주하는 가정주부 서은정(가명)씨는 중2 딸을 둔 학부모다. 국어 참고서가 필요하다는 딸의 손을 잡고 집 근처 한길문고에 들어서던 서씨에게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공연장처럼 변모한 서점이 조금은 낯설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작가 초청 북콘서트를 재미있게 본 모녀는 참고서와 함께 시집 몇 권을 충동구매(?)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 왔다.

출판문화산업의 실핏줄이라고 하는 동네서점은 지역사회의 자생적 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 지난 10년 간 온라인 서점의 성장과 다양한 복합 미디어 콘텐츠의 발달에 기인한 독서인구 감소 등으로 지역서점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때 5,000여 개가 넘던 서점이 지금은 1,600여 개로 줄어들었고 심지어 한국의 대표 문호 중 한 분인 이문열 선생의 고향 경북 영양에도 서점이 없다고 한다.

저자, 독자, 출판사와 지역서점이 상생하는 건강한 출판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정부는 출판 및 도서유통계 등 민간과의 긴밀한 협의와 협력을 통해 작년 개정 도서정가제를 도입했다. 다행히 시행 1년을 맞은 현재 지역서점 매출이 증가하는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서점 활성화 기반이 갖추어졌다고 판단하고 여러 지원책을 추진 중이다. 지역서점 문화행사를 지원하는 한편 공공도서관의 도서 구매 시 지역서점을 활용하도록 적극 건의하여 지역서점과 계약하는 지자체가 점차 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와 함께 ‘문화융성카드’ 출시를 민관협력 프로젝트로 진행해 온 결과, 지난 10월 12일 문화융성카드 출시 협약식을 개최했다. 이는 지역서점 활성화와 독서문화 증진을 통해 국정기조인 ‘문화융성’ 실현에 일조하기 위한 민관협력의 산물이다. 다른 산업에서 유입된 잉여금으로 지역서점의 매출 증대를 도모하고 출판사 경영 개선과 저자 창작 의욕 고취를 통해 다양하고 우수한 도서 콘텐츠 제공으로 이어지는 출판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유도한다는 목표다.

그러한 취지에 맞게 지역서점의 도서 15% 할인서비스는 100% 카드사에서 제공한다. ‘카드 할인’을 지역서점에서도 가능토록 한 획기적인 시도로서 중소서점 자생력 및 고객 흡인력 회복에 도움을 주리라 기대된다. 가입비와 연회비가 없는 체크카드로서 청소년이나 서민들이 사용하기에 부담이 없으며 모바일카드도 함께 발급해 카드 신청부터 결제까지 전단계를 모바일 원스톱 서비스로 구현한다.

또한, 카드 결제 시 발생하는 가맹점 매출액 1%는 문화융성발전기금으로 적립해 ‘창작지원기금’으로 활용한다. 시뮬레이션 결과 체크카드 100만 개 발급 시 연 3억 원의 적립이 예측되었다. 카드 이용자의 자연스러운 참여로 모은 재원을 예술활동에 지원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정부가 지역서점을 살리고자 노력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역서점이 출판뿐만 아니라 지역문화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지역서점 살리기가 국민 독서문화 증진과 지역 단위의 문화융성에 이바지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집은 책으로, 정원은 꽃으로 가득 채우라’고 했다. 누구나 어릴 적 부모 손을 잡고 동네 어귀의 서점에서 책을 들춰보던 소중한 기억을 갖고 있을 터이다. 이제 그 아름다운 경험을 우리 아이들도 느낄 수 있도록 온 가족이 자주 가까운 지역서점에 들러보는 건 어떨까.

박민권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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