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고 나서 4개월 간 가슴이 아팠는데, 이렇게 세게 심폐소생술을 해서 그랬나 봐요.”
지난 17일 서울 중랑구 면목2동 중랑노인종합복지관 1층 강의실. 예사롭지 않은 설명과 함께 두 손을 모아 실습용 마네킹의 흉부를 압박하는 김광회(53)씨의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김씨의 시연을 지켜보는 중랑노인종합복지관 복지사 30여명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전문 구급요원이나 의료인도 아닌 그의 말이 강한 흡인력을 갖게 된 것은 심장이 멈췄다가 심폐소생술 때문에 극적으로 되살아난 이력 때문이다. 복지사 최하나(23)씨는 “실제로 심폐소생술로 목숨을 구한 김씨를 보니 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한다”며 “노인복지관이라 위급 상황이 많은데, 이번에 제대로 배워서 돌발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처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9시쯤 중랑구의 한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다 심장이 멈췄다. 전날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며 술을 마시고 격한 운동을 한 게 화근이었다. 물에 둥둥 떠서 파르르 떨고 있는 그를 수영 강사들이 달려들어 인공호흡과 흉부압박을 실시했다. 김씨는 “14바퀴째 돌자 갑자기 시계 태엽소리가 들리더니 퓨즈가 끊어지듯 정신을 잃었다”며 “친한 수영 강사가 나를 살리기 위해 울면서 심폐소생술을 했는데 나중에 병원으로부터 초기 조치가 잘 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회상했다.
‘두 번째 인생’을 사는 그의 삶은 이제 바뀌었다. “예전엔 자녀를 해외에서 공부시키느라 잠도 못 이룰 정도로 경제적 스트레스가 컸는데 지금은 고민해도 바뀔 게 없다면 웃으며 살자는 쪽으로 성격이 긍정적으로 변했죠.”
주변 사람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반드시 흔들어 깨우거나 구급차를 부른다. 무엇보다 간단한 조치로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심폐소생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 중랑소방서의 권유로 이날 심폐소생술 1일 강사에 나선 것도 ‘4분의 기적’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김씨는 “두어 시간 남짓한 교육이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며 “수학 한 문제보다 심폐소생술 교육을 더 강조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마련한 중랑소방서 강미행(43) 소방위는 “심장이 멈춘 뒤 4분이 지나면 뇌 손상이 시작되는데, 김씨는 빠른 심폐소생술 덕에 아무런 후유증도 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강 소방위는 “세월호 이후에는 하루 2~3팀이 소방서로 교육 받으러 올 정도로 관심이 많았지만 최근 한풀 꺾인 느낌”이라며 “누구나 주변 소방서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으니 많이 활용해달라”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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