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소니 등 세계적 기업들과 가상현실(VR) 분야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VR 헤드셋을 본격 출시하고 세계 시장 평정에 나섰다. 세계 최대 사회관계형서비스(SNS)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이 제품을 극찬할 정도로 삼성전자의 VR 기기 출시는 위력적이라는 분석이다.
2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일 미국에서 일반인들이 착용할 수 있는VR 헤드셋 ‘기어VR’ 판매를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VR 기기 제조업체 오큘러스와 손잡고 만든 기어VR은 갤럭시S6, 갤럭시노트5 등 최신 스마트폰을 끼워 연동하면 VR 영상, 게임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헤드셋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전문가용 기어VR을 두 차례 선보였는데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 출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페이스북에 기어VR 사용기를 올리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페이스북은 오큘러스의 모기업이다. 저커버그 CEO는 “첫 번째 소비자용 VR 기기를 선보이게 된 오늘은 가상현실 분야에서 역사적인 날”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모바일을 통해 VR을 처음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기어VR 신제품은 기능이 개선됐으면서 가격이 이전 제품들의 절반 수준인 99달러(약 11만5,000원)로 떨어졌다. 우선 크기가 작아졌고 무게도 310g으로 약 22% 가벼워졌다. 미 IT 전문지 와이어드는 “기어VR은 그 자체로는 플라스틱 덩어리에 불과하지만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만나면 가장 강력한 VR 시스템이 된다”고 소개했다. 지금까지 나온 모바일 VR 기기 중에서는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강력한 경쟁자인 소니, HTC 등에 앞서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시판 중인 제품 중 기어VR의 가장 큰 적수는 구글 ‘카드보드’다. 골판지로 접어서 만드는 카드보드는 약 20달러의 저렴한 가격이 무기다. 스마트폰을 끼워 사용하는 방식은 기어VR과 같지만 동작인식 등 세밀한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오큘러스리프트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 등은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내년을 VR 대중화의 원년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전 세계 VR 기기 시장 규모는 내년 1,400만대에 이르며 연평균 28.5%씩 성장해 2020년 3,80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저커버그 CEO도 “VR은 가장 큰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이라며 “VR이 누구나 언제 어디서 무엇이든 경험하게 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VR 콘텐츠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9월 글로벌 미디어기업 디즈니는 미국의 VR 콘텐츠 제작업체 전트에 6,500만달러를 투자했고 미디어기업 타임워너와 케이블TV업체 컴캐스트도 이달 초 VR 방송 사업을 하는 ‘넥스트VR’ 투자에 참여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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