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혈액감염 의심 증상”
김영삼 전 대통령은 2008년부터 뇌졸중 증세를 보여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등 노환에 시달려 왔다. 최근에는 체력이 많이 떨어져 상도동 자택에서 통원치료를 하며 며칠씩 입원하기도 했지만 지인들을 만나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정도로 병세가 크게 악화하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측과 유족들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19일부터 혈액감염 의심 증상을 보여 입원 치료를 받았다. 앞서 10일에도 검진 차 병원을 찾아 17일까지 입원한 뒤 퇴원했다.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은 브리핑에서 “고인께서는 지난 19일 고열로 입원하셨으며 상태가 악화돼 21일 오후 중환자실로 이송해 치료했으나 상태가 악화돼 서거했다”며 “현재로서 사망에 이른 직접적 원인은 허약한 전신 상태에 패혈증과 급성심부전이 겹쳐 일어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의료진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반복적인 뇌졸중과 협심증 및 폐렴 등으로 수 차례 병원에 입원했으며 2013년 4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반신 불수를 동반한 중증 뇌졸중 치료를 받기도 했다. 오 원장은 “김 전 대통령이 노년기 들어 앓았던 폐렴, 뇌졸중, 협심증 등의 기저질환이 합병증으로 악화되면서 혈액감염을 일으켰고, 이것이 갑작스럽게 심장의 펌프 기능을 떨어뜨리는 급성심부전을 동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해외 순방 기간에도 새벽 조깅으로 체력관리에 몰두한 정치인이다. 하지만 고령은 피할 수 없었다. 김 전 대통령의 건강에 이상신호가 온 것은 2008년으로, 당시 경미한 뇌졸중으로 치료를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의 조문을 받는 자리에서 “2008년 이후로 건강이 조금씩 안 좋아지셨고 2013년에는 1년 반 동안 병원에 계셨는데 이후에 입원을 반복적으로 조금씩 더 하셨다”고 말했다. 2013년 입원 당시에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병세가 악화해 필담으로 가족들과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장기 입원 치료를 받던 김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2일 퇴원을 앞두고 찍은 모습을 공개해 건강 이상설이 한때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도 했다. 차남인 현철씨가 당시 SNS에 남긴 사진에서 백발의 김 전 대통령은 병원 침대에 앉아 손으로 브이자를 그려 보이거나 턱을 괴고 포즈를 취하는 등 호전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현철씨는 SNS에 “처음엔 가벼운 감기로 입원해 금세 퇴원하리라 생각했는데 입원생활이 길어졌다”는 글을 남겼다. 이 사진은 언론에 공개된 김 전 대통령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돼 버렸다.
유족들은 갑작스레 당한 큰 일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차남인 현철 씨는 조문객들에게 “입원 3일만에 패혈증으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최근까지만 해도 통원치료가 끝나면 상도동 사저 인근에 건립 중인 ‘김영삼기념도서관’에 출퇴근할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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