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명 사망… 러·중·미 등 외국인 12명
‘사하라의 애꾸눈’ 벨모크타르가 총책
말리 호텔 인질극이 알카에다 연계 조직의 소행임이 드러나면서, 이슬람 극단 조직간 영향력 경쟁이 더 많은 테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져 전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파리테러를 일으킨 이슬람국가(IS)는 알카에다 연계 조직이었지만 같은 조직까지 공격한다는 비난을 받고 지난해 알카에다로부터 쫓겨났다. 알카에다가 수년간 대형 테러를 멈춘 사이 IS는 활발하게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와 AP 등은 IS의 파리 테러를 본 알카에다가 위기감을 느껴 말리 호텔 인질극을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말리 북부에 기반을 둔 알카에다 연계 세력 ‘알 무라비툰’은 사건 직후인 2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공식 성명을 내고 “우리가 말리 래디슨 블루 호텔 공격의 배후”라며 “알 무라비툰의 용감한 전사들이 예언자를 조롱한 서방에 복수했다”고 주장했다. 미 정보당국도 “이번 사건은 알 무라비툰과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AQIM)가 공동으로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IS가 오사마 빈 라덴이 세운 알카에다를 완전히 넘어서지 못했고, 알카에다는가 자신의 존재를 다시 알리기 위해 알 무라비툰을 내세워 이번 인질극을 벌였을 것으로 본다. 영국 정보기관 MI6 대테러작전 책임자였던 리차트 바레트는 “전세계 이목이 IS와 이라크 시리아, 서방국에 가할 위협에 집중됐기 때문에, 말리 인질극을 일으킨 조직원들은 알카에다가 여전히 테러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모든 이들에게 상기시켜주고 싶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테러범들은 호텔 진입 후 움직이는 모든 것을 총으로 쏘는 등 잔혹하게 행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있던 호텔 직원 탐바 코우예는 “괴한 2명이 알라는 위대하다고 외친 뒤, 아침을 먹으려고 식당에 있던 사람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며 “도망치려 하자 움직이는 모든 대상에 총격을 가했다”고 CNN에 말했다. 이날 호텔에서는 러시아인 6명, 중국인 3명, 미국ㆍ벨기에ㆍ이스라엘인 각 1명 등의 외국인을 포함 총 19명이 희생됐다.
한편 알 무라비툰을 이끄는 모크타르 벨모크타르는 ‘사하라의 애꾸눈’으로 불리는 잘 알려진 테러리스트다. 벨모크타르는 알제리 출신으로 폭발물 사고로 왼쪽 눈을 잃었으며 1990년대 초 알카에다에 충성을 맹세했다. 2013년 1월 알제리 천연가스 시설 인질극에서 외국인 다수가 포함된 39명을 살해하는 등 북아프리카 일대 밀수, 납치, 반란 사건에 다수 관여, 미국 정부는 500만 달러(58억원)의 현상금을 걸기도 했다. 수 차례의 검거설과 사망설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존재감을 과시해 ‘외눈의 셰이크(족장)’로도 불리며 담배 밀수로 막대한 수입을 올렸다고 해서 ‘미스터 말버러’ 등의 별명을 얻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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