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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사회 속 탈북자들의 삶… “존중 없는 시혜는 오히려 상처만 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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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사회 속 탈북자들의 삶… “존중 없는 시혜는 오히려 상처만 될 뿐”

입력
2015.11.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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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나의 집

금희 지음

창비 발행ㆍ292쪽ㆍ1만2,000원

조선족 작가 금희씨가 소설집 '세상에 없는 나의 집'을 출간했다. 중국 장춘에 살고 있는 작가는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탈북자들의 삶을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창비 제공 ⓒ송곳
조선족 작가 금희씨가 소설집 '세상에 없는 나의 집'을 출간했다. 중국 장춘에 살고 있는 작가는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탈북자들의 삶을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창비 제공 ⓒ송곳

조선족 소설가 금희(36)씨가 단편 ‘옥화’를 창비 출판사에 투고한 것은 2013년이다. 조선족 사회 속 탈북자의 이야기를 다룬 ‘옥화’는 소재의 신선함과 사려 깊은 통찰로 문단의 주목을 받으며 이듬해 봄 계간 창작과비평에 실렸다.

‘옥화’가 포함된 소설집 ‘세상에 없는 나의 집’ 출간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금희 작가를 19일 한국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1979년 중국 지린성에서 태어나 옌지사범학교를 졸업한 작가는 교사로 일하다가 2002년 남편과 함께 한국으로 와 2년 간 체류한 적이 있다.

“서빙, 청소 같은 밑바닥 일을 했지요. 그 좋은 교사직을 놔두고 왜 한국으로 갔냐고 많이들 물어요. 당시 중국은 외국기업에 본격적으로 문을 열면서 시장경제가 붐을 타던 시기였어요. 공무원보다 기업 취직이 훨씬 이익이었죠. 저만해도 월급이 도시 말단 사무직의 3분의 1 수준이었으니까요.”

그러나 한국에서 단순노동직 외에 다른 일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부부는 중국에서 닦아 놓은 인맥마저 끊어질까 봐 2004년 원래 살던 장춘시로 돌아갔다. 그 뒤 2006년부터 금희씨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옥화’에는 그가 주변에서 흔히 보던 탈북자들이 등장한다. 굶주림을 피해 두만강을 헤엄쳐 조선족 사회로 흘러 들어온 ‘여자’는 교회에서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교인들을 찾아 다니며 돈을 꿔달라고 하는 데다 일자리를 알아봐줘도 몸이 아프다며 기피하는 모습이 한 없이 뻔뻔하고 한심해 보이는 탓이다. 신앙심으로 여자를 도우려던 교인들도 하나 둘 그를 피하면서 여자는 상점을 하는 홍에게 손을 벌리고, 홍은 한때 남동생의 아내였던 옥화를 떠올린다. 탈북 후 사람 장사꾼에게 팔려 시집 온 옥화는 시어머니와 홍의 극진한 호의에도 불구, 어느 날 편지 한 장만 남기고 남한으로 가버린다. 홍을 견딜 수 없게 하는 것은 베풂을 당연시하는 그들의 눈빛이다. 두 사람의 마지막 말은 똑같다. “내 이 땀에 돈 많이 벌믄, 꼭 갚을 거라요.”

작가는 조선족 사회가 탈북자를 보는 시선에서, 조금 먼저 가진 자가 덜 가진 자를 대하는 태도를 읽는다. “한 번은 쓰촨성에서 온 기자랑 얘기하다가 거기 지진 때 생긴 고아를 익명으로 후원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어요. 그 말을 하면서 스스로 얼마나 대견했는지 몰라요. 그런데 기자가 숟가락을 딱 내려놓으며 그러더라구요. 당신네들은 왜 하나같이 그 모양이냐고. 그들이 원하는 건 고상한 후원자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교제하는 거라고. 존중 없는 시혜가 상처로 돌아왔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면서 미안하고 부끄럽더군요.”

조선족들이 탈북자를 대하는 태도는 그대로 남한이 조선족을 대하는 태도와 겹친다. 소설집에는 남한에서 조선족 노동자들이 겪는 갈등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 눈엔 고마워하지 않는 그들(조선족, 탈북자)이 뻔뻔해 보이죠. 하지만 그건 체제 탓이 커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겐 더 가진 사람이 덜 가진 사람한테 주는 게 당연한 거예요. 그런데 사람 마음이 그런 것까지 이해해주고 싶지 않죠. 이해할 수도 없고요. 이해 받지 못하는 심리적 약자들은 민족뿐 아니라 학급, 가정 어디에나 있어요.”

‘옥화’는 탈북자라는 예민한 소재 때문에 중국에서 출판되지 못했다. 작가는 중국의 전체주의가 문학에 끼치는 악영향을 우려하며 “잘못된 걸 얘기하는 게 작가의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선배 문인들이 왜 탈북 문제를 안 다루는지 이전엔 몰랐어요. 나만 똑똑해서 다루는 줄 알았죠.(웃음) 전체주의가 힘을 발휘한 때도 있었지만, 작가들마저 체제에 전면 순응하는 건 결국 중국 문학의 세계화를 막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전 개혁가는 아니지만 최소한 아닌 건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지요.”

금희 소설집 '세상에 없는 나의 집'
금희 소설집 '세상에 없는 나의 집'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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