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엘 다녀왔다. 세 번 정도 가본 도시. 마지막으로 갔던 게 언제였더라. 동행자와 계절 따위가 뒤죽박죽 엉켜 잘 떠오르지 않았다.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집요할 정도로 기억의 세부를 뜯어봤다. 차츰 분명해지는 것들이 생겼다. 뒤엉켜있던 시기와 동행자가 먼저 정리됐다. 들렀던 장소와 마지막으로 갔을 때의 기차 역 풍경 따위가 선명해졌다. 그 결과, 마지막 방문이 1996년 겨울이었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러자, 그때의 진눈깨비가 뇌리에 돌연 선연해졌다. 그러나 이번엔 차창 밖으로 가는 비가 뿌리고 있었다. 예전엔 두 시간 여 걸렸으나 이제는 기차를 탄 지 한 시간 여 만에 도착했다. 역사를 빠져나오자 기억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과 마주쳤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춘천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곳이 돼버린 것 같았다. 역 구내에 서울 지하철 노선도가 붙어있을 정도로 더 가까워졌으나, 내 마음 속에서 이곳은 내가 아는 춘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혼자라는 느낌이 엄습했다. 점점이 날리는 가랑비를 봤다. 물방울 하나하나가 가느다란 기억의 줄들을 지워내는 것 같았다. 다 살아있으나 많은 게 사라져있었다. 뿌옇게 김이 서린 거울 속에 들어온 느낌. 자꾸 눈을 비볐다. 서울을 뜨기 전 연락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의 이름을 곱씹어봤다. 왜 이리 먼 느낌이지. 그를 당장 보고 싶어 춘천이 미워질까 두려웠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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