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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탄 세례에도… 부상자 돌본 용감한 여종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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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탄 세례에도… 부상자 돌본 용감한 여종업원

입력
2015.11.2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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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 부상입은 여성 가게 들어오자

위험 무릅쓰고 두 팔로 감싸 안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아래층 대피

“그들을 돕지 않았다는 후회를

평생 마음에 두고 살 자신 없었다”

13일 파리 테러 당시 자스민 엘 유시 일하던 식당의 폐쇄회로(CC)TV 화면. 유시(사진 아래쪽)가 부상 당한 채 가게 안으로 숨어든 여성을 감싸 안고 있다.
13일 파리 테러 당시 자스민 엘 유시 일하던 식당의 폐쇄회로(CC)TV 화면. 유시(사진 아래쪽)가 부상 당한 채 가게 안으로 숨어든 여성을 감싸 안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버려졌다’는 느낌을 받게 할 수 없었어요. 나중에 그들을 돕지 않았다는 후회를 한 평생 마음에 두고 살아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지난 13일 벌어진 파리테러 피격 장소 중 한 곳인 11구 한 식당에 설치된 식당 폐쇄회로(CC) 영상이 19일 처음 공개됐는데, 급박한 순간에 한 여종업원 위험을 무릅쓰고 부상자와 겁에 질린 손님들을 챙기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테러범이 불과 몇 미터 앞에서 총탄을 퍼붓는데도 도망가지 않고 부상자를 두 팔로 감싸 안은 채 돌봤던 이 용감한 주인공, 자스민 엘 유시(20)가 당시 심경을 영국 데일리 메일에 이렇게 밝혔다. 그는 무슬림이 많이 사는 북아프리카 모로코와 알제리 출신 2세로 파리에서 태어났다.

서로 다른 세 방향에 설치된 식당 CCTV 영상을 4분 분량으로 편집한 공개 영상은 한 테러범이 거리에서 총격을 가하며 식당 쪽으로 다가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유시는 가게 유리창이 깨지고 가게 밖 거리에서 행인들이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직장동료인 사촌 사미르와 가게 안쪽 바(BAR) 아래로 몸을 숙인다.

그는 “폭발음을 듣고 처음에는 누가 폭죽으로 장난치는가 하고 생각했지만 유리창이 깨지고 사람들이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잠시 후 사미르는 계단을 통해 식당 지하로 피신하고 유시만 남은 상황에서, 손목에 부상을 입은 여성이 총기 난사를 피해 거리에서 가게 안으로 들어와 유시 옆에 몸을 숨긴다. 이때 유시는 가게 지하로 도망가지 않고, 부상당한 여성을 감싸 안았다. 테러범이 식당 정문 앞에서 식당 밖 테라스와 식당 안에 총기를 난사하려던 순간이었다. 천만다행으로 테러범은 총알이 떨어진 듯 갑자기 거리 쪽으로 되돌아갔다.

유시는 당시 상황에 대해 “피를 많이 흘리면서 팔에 아무런 감각이 없다고 하는 그녀를 두고 도망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유시와 인터뷰한 데일리 메일은 이 테러범이 벨기에 출신으로 현재 도주 중인 살라 압데슬람(26)으로 보인다고 전하며 그가 이 식당에만 30여발의 총알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거리로 나간 테러범이 대기하던 차를 타고 현장을 떠나자 유시는 부상 당한 여성과 가게 안으로 몸을 숨겼던 다른 사람들을 모두 아래층으로 대피시켰다. 이어 거리로 나가 다른 부상자들을 살폈다.

유시가 일하는 식당 건너편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아이샤 프레즈는 “총성이 멈추고 건물 밖에 모습을 드러낸 첫 번째 사람이 유시였다”고 말했다. 프레즈는 “유시가 부상자들에게 먼저 다가가 ‘걱정 말라’ ‘괜찮다’라고 말하며 그들을 안심시키려 했다”고 전했다.

유시는 이날 피신하지 않고 부상자를 돌보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 “홀로 남겨져 죽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들을 홀로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데일리 메일은 식당 손님 가운데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으며, 현재 식당 밖에는 테러 당시 사상자들을 애도하는 꽃들이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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