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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읽는 데 23년 걸리는 '종의 기원', 안 읽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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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읽는 데 23년 걸리는 '종의 기원', 안 읽어도 된다"

입력
2015.11.2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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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과학 책장

이정모·이명헌·이한음·조진호 지음

북바이북 발행·348쪽·1만6,000원

생화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독일 유학까지 갔던 이정모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은 찰스 다윈 ‘종의 기원’을 다 읽는 데 꼬박 23년이 걸렸다. 1장 ‘사육 및 재배 환경에서 일어나는 변이’부터 진도를 나갈 수가 없었다. 책에 나오는 동물의 종을 이해하는 것부터 열리지 않는 문 같았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 없는 책으로 주저 없이 ‘종의 기원’을 꼽는다.

이 관장을 비롯해 ‘이명헌의 별 헤는 밤’을 쓴 이명헌씨, ‘신이 되고 싶은 컴퓨터’를 쓴 이한음씨, 그리고‘어메이징 그래비티’의 조진호씨가 과학책 읽기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여러 과학책을 쓰고 번역한 과학책의 달인들이 이런 하소연을 하고 나선 것은 자신들의 경험을 발판 삼아 독자에게 과학책을 안내하기 위해서다.

저자들의 비법은 어찌 보면 간단하다. ‘종의 기원’을 펴들기 앞서, 찰스 다윈이 쓴 자서전 격인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나 만화책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진화’를 읽으라는 것이다. 난독증에 시달릴 수 있는 이론서에 바로 뛰어들지 말고 평전 등 과학자의 삶부터 시작해 재미를 찾아가는 접근이다.

저자들은 평전, 해설서 식으로 범주를 나누고 그 안에 읽을 만한 책을 선별해 읽는 순서까지 알려준다. 스티븐 호킹이 ‘시간의 역사’에서 소개한 우주론처럼, 어렵지만 과학적으로 중요한 화두를 쉽게 이해하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독자들에게 커리큘럼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정보성이 돋보인다. 다만 소개된 책들이 어떻게 과학 이론을 쉽게 접근하고 다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아쉽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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