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판문점에서 실무접촉 개최 합의… 회담 대표 급, 의제 갖고 신경전 예상
남북이 오는 26일 판문점에서 당국 회담 개최 논의를 위한 실무접촉을 갖기로 20일 합의했다. 8ㆍ25 남북 고위급 접촉 이후 3개월 만에 당국 간 대화 통로가 가동되면서 남북관계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당국회담 실무접촉 합의는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전격 호응해오면서 이뤄졌다. 북한은 이날 오전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오는 26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남북 당국 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을 개최하자고 제안해왔고, 우리 정부도 오후 들어 이를 수용하겠다는 통지문을 보냈다. 우리 정부가 지난 9월 21일 처음으로 당국 회담을 위한 예비접촉을 제의한 지 두 달 만이다.
그간 3차례나 이어진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묵살해오던 북한이 돌연 회담에 나오겠다고 돌아선 데는 8ㆍ25 합의 이행 의지를 재확인하며 자신들 주도로 남북관계를 끌고 가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전날까지도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진정성이 없다며 대화 분위기부터 먼저 조성하라고 공세를 폈다. 그러나 이날은 통지문을 보낸 직후 관영매체에 실무접촉 제의 사실을 발 빠르게 공개하는 등 도리어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 연기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유엔 결의안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채택되면서 반 총장의 방북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한반도 문제를 자신들이 주도해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이 연기되면서 차선책으로 남북대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북 공히 대화 국면 재개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당국 회담 개최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실무접촉에서부터 당국 회담 수석대표의 격(格)과 의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대화 제의를 하며 홍용표 통일부 장관 명의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에게 통지문을 보내 통-통 라인으로 당국 회담 틀을 구성하자는 뜻을 내비쳤지만, 북측은 조평통 서기국 명의로 답신을 보내오며 기 싸움을 벌였다.
당국회담 의제와 관련해선 우리 정부는 이미 남북관계의 모든 현안, 남북 간의 모든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자고 거듭 밝힌 만큼 실무접촉에선 서로의 주요 관심 사안을 주고 받으며 우선순위를 정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남측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 해결을,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 5ㆍ24 조치 해제 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고 각종 현안에 대한 남북한의 입장 차가 너무 커 조율이 쉽지 않아 보인다. 때문에 실무접촉부터 차수를 연기해가며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당국회담 개최 시기도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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