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르도 프라카리(66ㆍ이탈리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회장은 지난 5월 한국에서 열린 프리미어12 기자회견에서 “야구 세계화의 일환이며 국제 정세에서 야구가 필요한 역할을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대회 개최 의미를 설명했다. 아울러 “특히 지금은 2020 도쿄 올림픽 관찰 기간이다. 프리미어12는 스포츠 최정상이라 할 수 있는 야구의 올림픽 재진입을 위한 오디션이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앞서 1월에는 “2019년 대회 때는 올림픽 예선을 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자신만만해했다.
그러나 6개월 뒤 실체를 드러낸 프리미어12는 졸속 행정으로 인해 기대와 동떨어진 ‘동네 야구’ 수준이었다.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는 참가시키지 않기로 한 미국은 예상보다도 더 대회에 무관심한 듯 보였다. 멕시코는 개막 직전까지도 불참하려다 나왔다. 8강전 직후까지도 4강 대진이나 장소를 전혀 알 수 없는 주먹구구식 대회 운영을 비롯한 모든 게 주최국 일본에 유리하게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였다. 홍보 부족으로 흥행에도 실패해 대만에서 열린 조별 예선 라운드 때는 관중석이 텅텅 비었다.
그런데 한국이 19일 준결승에서 일본을 꺾으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그것도 9회초 마지막 공격에 4-3으로 뒤집은 드라마였다. 일본의 심장 도쿄돔을 가득 메운 4만 관중도 모처럼 야구 열기를 되살렸다. 한국과 준결승에서도 일본은 자국 심판을 배정해 끝까지 논란을 부추겼지만 이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신세가 됐다.
야구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한국이 전승 금메달을 차지한 2008년 베이징대회를 끝으로 올림픽에서 퇴출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들의 정식종목 결정 투표에서 탈락해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제외됐다. 야구를 하는 국가 수도 많지 않은 와중에 미국과 일본 등 야구 강국들의 이기주의가 결정적이었다. 야구가 퇴출된 이후 국제야구연맹(IBAF)과 국제소프트볼연맹(ISF)이 야구ㆍ소프트볼 남녀 단일종목으로 올림픽 복귀를 추진하기 위해 탄생시킨 단체가 WBSC다. IOC까지 나서 올림픽 기간 중 메이저리그 일정 중단 및 스타플레이어들의 출전을 요구했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거부하면서 야구의 올림픽 복귀는 요원해졌다. 이에 WBSC가 2011년을 끝으로 폐지된 야구월드컵을 대신해 야구 붐을 일으키고, 올림픽 재진입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신설한 대회가 프리미어12다. 주최국 일본의 무리한 대회 운영으로 자충수가 되기 일보 직전이었다가 그런 일본을 꺾은 한국이 흥행을 되살린 셈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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