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출마 김보미 후보 당선…선거 기간에 '커밍아웃'
서울대에서 국내 대학 사상 최초로 '커밍아웃'(동성애자의 성적 지향·정체성 공개)한 성소수자가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됐다.
20일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까지 치러진 제58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단독 출마한 '디테일' 선거운동본부의 정후보 김보미(23·여·소비자아동 12학번)씨와 부후보 김민석(19·정치외교 14)씨가 당선됐다.
투표율이 53.3%로, 개표 요건인 50%를 넘겨 성사된 이번 선거에서 디테일 선본은 찬성 의견 86.8%를 얻었다.
김씨는 이달 5일 교내에서 열린 선본 공동간담회에서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해 학내외 화제를 모았다.
김씨는 출마 이유를 밝히면서 "서울대가 구성원들이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긍정하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그래서 저는 레즈비언이라고 이 자리에서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동안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는 번번이 투표율 50%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산되거나 연장투표를 했다. 이번 총학생회 선거는 이례적으로 높은 투표율로도 주목을 끌었다.
투표율 등의 문제로 재선거를 치르지 않고 11월 본선거에서 회장이 결정된 것은 2010년 이후 5년 만이다. 연장투표를 치르지 않은 것은 18년 만이다.
지난 임기 학생회 활동에 대해 학생들의 여론이 좋았던 데다, 김씨가 커밍아웃을 하며 학내 관심도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씨는 이날 개표 마감 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학우들이 저를 믿어주신 만큼 더 잘해야 할 것"이라며 "공약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총학생회장이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올해 서울대에서는 교수의 성추행, 축제 사회자의 차별발언 등 인권침해 사례가 많았다"며 "인권가이드라인을 제정해 학내 구성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안전한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커밍아웃과 관련해서는 "아직 사회의 시선이 따가워 성적 지향을 밝히는 일이 어렵지만,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메시지를 줌으로써 허공에 존재하는 듯 느끼는 많은 이에게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두 후보는 총학생회 선거 시행세칙에 따라 3일 유예기간 후 당선인으로 확정된다. 임기는 다음달 1일 시작한다.
김씨는 57대 총학생회에서 부총학생회장을 하다 이번 총학생회장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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