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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폐지 VS 유지 ‘윤초 전쟁’… 일단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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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폐지 VS 유지 ‘윤초 전쟁’… 일단 살아남았다

입력
2015.11.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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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40여년 만에 폐지 논의가 일었던 윤초(閏秒)가 2023년까지 유지된다. 2023년 이후 존속 여부는 그때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윤초는 지구 자전으로 결정되는 자연시간(천문시)과 세슘 동위원소의 떨림 속도를 기준으로 결정하는 인공시간(원자시) 사이에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국제 합의 하에 1초를 끼워 넣거나 빼는 국제 제도다.

19일 과학계에 따르면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 중인 세계전파통신회의(WCR)에서 이날 윤초 제도를 2023년까지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회의에 참가한 193개국은 윤초 존속 여부와 개선 및 대체 방안 등에 대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을 중심으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2023년 열리는 WRC에서 폐지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당초 윤초 존속 여부는 이번 WRC 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었으나 세계 각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결정하지 못했다. WRC 총회는 논의 사항에 대해 규정상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결정된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이유는 세계 각국의 이해 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호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13개국과 아프리카 19개국은 윤초 폐지를 지지한다. 윤초 제도에 따른 비용 부담과 사회적 혼란 등에 따른 폐해가 크다는 이유다. 정밀 시간 측정이 필요한 정보통신, 항공우주, 금융 등에서는 윤초를 시행하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전산시스템 등을 재설정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호주에서는 항공기 발권 시스템이 윤초를 인식하지 못해 항공기 수백 편의 이착륙이 지연된 사고가 일어났다. 일부에서는 윤초를 넣지 않아도 천문시와 원자시가 1분 이상 차이 나려면 100년은 족히 걸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러시아와 아랍연맹, 영국을 비롯한 유럽 5개국, 아프리카 10개국 등은 윤초 유지를 주장했다. 오히려 윤초 제도를 갑자기 폐지하면 더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위성항법시스템과 시간 체계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영국과 러시아는 윤초 폐지를 강하게 반대한다. 러시아의 위성항법시스템(GLONASS)은 미국(GPS)과 달리 윤초의 적용을 받고,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는 천문시의 중심 역할을 하는 정치적 기득권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대표로 WRC 총회에 참가한 정현수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러시아와 이란 등은 WRC가 끝나는 27일까지 결의문을 한 단어도 수정하지 말라고 강력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과학의 영역이던 윤초는 이제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린 국제문제가 됐다. 따라서 2023년에 윤초 존속 여부가 다시 결정 때까지 윤초를 둘러싼 각국의 치열한 ‘과학 전쟁’이 예상된다.

한편 1972년 처음 도입된 윤초는 올해 27번째로 적용돼 지난 7월 1일(한국시간) 오전 8시 59분 59초와 9시 0분 0초 사이에 1초를 삽입했다. 올해 윤초는 18년 만에 평일에 적용됐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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