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서민금융진흥원 설립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여러 기관에 산재되어 있는 서민금융지원 체계를 개편하여 수요자들이 알기 쉽고 한 곳에서 지원받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정부와 금융당국에서 법안 통과 필요성을 설득하고 있으나 아직도 국회 계류 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내 금융시장의 돌파구는 금융회사의 구조조정과 우량고객 위주의 영업전략이었다. 그 영향으로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과 같은 전통적 의미의 서민금융회사 기능은 크게 위축되고 말았다. 이렇게 생긴 서민금융 시장의 수급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정책당국은 유관기관들과 함께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생계자금, 병원비 등 긴요한 자금을 공급하고 과중채무자의 채무조정기능을 확충하는 등 현재의 서민금융 지원기반을 마련하였다.
종래의 서민금융 대표상품으로는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대출, 바꿔드림론 등이 있다. 이를 통해 저신용 및 저소득 계층에게 제공된 금융지원규모는 총 21조원에 달한다. 올해에도 신용회복위원회와 미소금융에서는 대학생 청년 햇살론, 저소득층 재산형성지원적금, 실버보험 등 새로운 서민금융지원상품을 잇따라 출시하였고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9개 유관기관이 전국 50여개 지점에 서민형 노후행복설계센터를 개소하는 등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정책성 서민금융 상품 및 제도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서민들의 금융 접근성이 제고 되고 양적 공급 또한 크게 확대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들어진 다양한 서민금융상품이 여러 기관에 산재하다 보니 실수요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 결과 금융지원이 절실한 서민인데도, 내게 적합한 서민금융상품은 뭔지, 어떤 혜택이 있는지, 그 혜택을 받으려면 대체 어디로 찾아가야 하는지 제대로 알기조차 힘든 문제점이 생기고 말았다. 각기 다른 재원과 상이한 지원 채널은 정보 습득에 취약한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혼란과 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서민의 자활지원이라는 서민금융제도의 특성상 저리의 자금공급 외에도 채무조정, 취업지원, 각종 복지제도와 연계한 입체적 지원이 필요하지만 이들 제도 역시 여러 기관에 산재해 있는 게 현실이다.
서민금융진흥원 설립 법안은 이처럼 복잡한 서민금융 상품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하여 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안이 시행되면 서민금융 실수요자가 우왕좌왕할 필요 없이, 이곳 저곳 노크하다 헛걸음을 치는 일없이 한 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원스톱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역네트워크가 통합 정비되고 채무문제에 관한 종합상담은 물론, 긴급생계자금이나 창업자금 등 수요자가 처한 환경에 적합한 맞춤형 자금 지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서민들의 자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서민형 프라이빗뱅킹(PB)을 구축하여 서민들에게 가장 적합한 금융상품을 알선하고 재산 형성이나 미래를 대비 할 수 있는 컨설팅 기능도 제공하게 된다.
누구든지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면 좌절과 실의에 빠지고 재기 의지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불이 나면 119를 떠올리고 강도가 들면 112를 떠올리듯 서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떠올라야 한다. 서민금융진흥원이 바로 이러한 역할을 할 것이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가 또 한 해가 기울어감을 알려준다. 경제적 빈곤에 처한 소외된 이웃들의 겨울은 더 차갑고 시리다. 서민금융진흥원 설립법안이 조속히 통과되어 추위에 움츠리고 있는 금융취약계층에게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를 고대한다.
김윤영 신용회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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