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2018년부터 자동차보험 할인·할증기준을 건수제로 일괄 전환하려던 계획을 1년 만에 백지화했다. 대신 보험사가 사고 크기로 할인·할증기준을 매기는 현행 점수제와 사고 횟수에 중점을 두는 건수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다양한 상품 공급해 소비자 선택권 늘리겠다는 취지이지만,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에 보험 업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9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자동차보험의 할인할증 제도를 현행 점수제로 유지해 달라’는 건의를 받자 “자동차보험 할인할증기준은 기본적으로 점수제를 그대로 유지하되 보험회사가 자율적으로 건수제를 선택하는 것은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8월 발표한 할인할증제도의 건수제 전환을 철회하겠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당시 “전세계에서 점수제를 쓰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2018년부터 점수제를 건수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건수제가 도입되면 일반차량에 비해 운행률이 높고 경미한 사고건수가 많은 중소?소상공인의 자동차 보험료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1년 만에 방침을 철회한 것이다.
또한 상품·가격 규제를 풀어 업계 자율성을 확대하려는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로드맵’과 역행한다는 점도 입장 변화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늘리기 위해 보험 상품 구성을 전적으로 시장에 맡기는 게 낫다고 본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해 금감원의 발표가 있었지만 점수제와 건수제 중 무엇이 더 합리적이냐를 두고 업계 내에서 갑론을박이 있었다”며 “점수제 보험과 건수제 보험이 모두 시장에 나오면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더 적합한 상품을 고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건수제로 일괄 전환하기 위해 준비를 해왔는데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백지화를 하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