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그룹 허창수 회장. 연합뉴스 제공
경기도 안산에서 GS25를 운영하던 한 점주가 최근 생활고로 자살을 택했다. 그가 남긴 건 수천만원의 빚 뿐이었다. 유서에 따르면 편의점 개업 후 3년이 지나도록 적자에서 허덕였고 계약을 해지하려고 했으나 위약금 때문에 고민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자살한 점주 뿐만 아니라 적자에 허덕이는 편의점 사장님들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편의점 적자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점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해졌다는 점이다. 점포들의 매출 감소는 불가피한 형국이다.
자살한 GS25 점주의 유서에는 가맹본부인 GS리테일을 원망하는 내용이 가득했다. GS25는 GS리테일에서 운영하는 편의점 사업이다.
가맹점주들은 빚더미에 눌려있는데도 GS리테일은 편의점 사업으로 매년 1,000억원 정도를 벌어들이고 있다.
GS25를 운영하는 점주들은 "GS리테일 본사가 점주들에게 좀 더 많은 수익을 배분해 줘야한다"며 본사만 살찌는 현재의 수익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점주에 족쇄 채우는 GS 리테일
GS리테일은 새로운 편의점주를 모집하는 데 다양한 단계를 두고 있다.
먼저 창업 희망자는 평일마다 각 지역에서 진행하는 창업설명회에 필수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또 면담과 심사 과정을 거쳐 창업의 자격이 있는지 확인을 받는다.
이를 통과하면 자신의 역량과 사업 목표에 따라 GS리테일이 정한 창업 형태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상가 임대 권리와 투자 비용 등에 따라 수익률 배분이 달라진다.
GS리테일은 새로운 점주들을 위해 '최저수익 보조금 제도'도 마련했다. 점주가 원할 경우 일정기간 수익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매장을 새로 열고 자리를 잡기까지 안정적인 점포 운영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런 옵션을 선택했을 경우 추후 수익분배에서 불리해질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GS25 점주는 자신이 점포에 들어가는 모든 금액을 투자하지 않는 이상 수익의 30~40%를 GS리테일에 줘야한다. 그런데 24시간 동안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한다고 가정하면 400~500만원 가량의 고정 비용이 들기 때문에 매월 점포 순이익이 1,000만원이라고 해도 점주가 가져갈 수 있는 돈은 100여만원에 불과한 것이다.
수익률이 아무리 낮아도 폐점을 하기도 어렵다. 막대한 위약금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은 계약 당시 점주의 변심에 따른 폐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약기간과 위약금 제도를 두고 있다.
인테리어 잔존금도 무거운 족쇄였다. GS리테일은 폐점시 감가상각과 철거 비용 등을 점주에 청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금액이 일반적인 인테리어 비용보다 지나치게 비싸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 민족자본 GS, 윤리경영 어디로
편의점주의 자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0년 이후 편의점 업계가 과열 양상을 띠면서 적지않은 수의 편의점 점주가 자살을 택했다.
그럼에도 GS리테일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았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점주가 갑자기 폐업을 하게 되면 사측 손해가 크기 때문에 위약금 설정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다른 지역에 새로 매장을 개업하는 등 협의에 의해 위약금을 면제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해명했다.
이어 "우리회사는 당초 사용 기간 등을 계산해서 인테리어 비용을 투자한다"며 "그런데 폐점을 하면서 이를 철거하면 결국 손해가 된다"고 설명했다.
GS가 몇 안되는 민족자본이라는 사실도 사람들을 슬프게 한다. 한 때는 민족을 위해 힘썼던 자본이 이제는 국민의 목을 조르는 형국이 됐다. GS는 대표적인 민족자본인 백산상회의 주주, 故허만정씨의 자녀들이 세운 기업이다. GS리테일의 허신구 명예회장이 4남, 허승조 부회장이 8남이다.
GS25 편의점주의 자살사건이 이어지면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이미지 훼손도 불가피하다. 허 회장은 기회있을 때마다 윤리경영을 강조해 왔다. 최근에는 윤리경이 기업생존의 필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GS25 편의점주 자살로 GS그룹에 윤리경영이 과연 존재하기나 하는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 GS 리테일, 책임있는 모습 보여야 할 때
참여연대는 최근 운명을 달리한 GS25 편의점주를 추모하면서 당국의 '대기업 봐주기'식 행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공정위가 가맹본부의 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모범거래기준을 폐지한 것, 불공정 거래가 명확한데도 방관하고 있는 점 등이 도마위에 올랐다.
특히 GS리테일의 안이한 대처에 대해 가장 강하게 비판했다. GS25가 그동안 '스스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가맹점을 늘린다'는 대원칙을 지킨다고 홍보해왔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사태를 해결하려는 노력보다는 고인과 유족을 거론하며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려 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하며 대기업으로서의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김재웅 기자 jukoas@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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