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선 부적응자다. 하지만 소위 문제 청소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성찰하고 그릴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19일 서울 목동 SBS홀에서 열린 창사 25주년 SBS 특별기획 ‘바람의 학교-스쿨픽션’(이하 ‘바람의 학교’) 기자간담회에서 한재신 PD는 이 프로그램의 연출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22일 첫 방송되는 ‘바람의 학교’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청소년들을 위한 29박 30일 간의 교육실험 프로젝트다.
학교 밖에선 담배를 피울 자유가 있다는 아이, “귀찮다”는 이유로 밥 먹듯 학교를 빠지는 아이, 엄마 손에 끌려간 학교에서 시체처럼 잠만 자는 아이까지. 학교는 “쓸모 없는 곳”이라 입을 모으는 16명의 청소년(17~19세)들이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마을에 모여 들었다.
꿈꿀 기회를 함께 일구기 위해 합류한 이들은 7~24년 동안 공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온 교사들과 미래의 교육자를 꿈꾸는 사범대학 재학생들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실현하고자 한다.
배움의 기쁨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교사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성 강한 청소년들의 태도 때문에 한숨과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흡연, 욕설, 크고 작은 다툼 등 천방지축 청소년들의 모습은 교사들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하다. 10년 동안 교사의 꿈을 한 번도 포기해본 적이 없다던 한 서울대 사범대 학생은 한달 간 청소년 멘토로 참여하며 “진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하지만 한 해에만 고등학생 2만5,000여 명이 학업을 중단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이들의 공감대는 16명의 청소년을 끝까지 보듬는 원동력이다.
한 PD는 “상담이나 심리치료 같은 단순 치유 프로그램이나 현실의 공교육과 동떨어진 대안교육을 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책으로 인생 철학을 생각해보고 진로를 살릴 수 있는, 어느 고등학교에서나 실행할 수 있는 실험적 교육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진주 작가 역시 “국영수 없고 대학입시 준비도 없지만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의 이유를 깊이 있게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3년 방영된 SBS 예능프로그램 ‘송포유’가 ‘문제아들을 미화시켰다’는 논란이 일었던 만큼 제작진의 고민은 크다. 한 PD는 “어린 학생들이 방송에 어떻게 그려지는 줄 모르고 행동할 때가 많다 보니 청소년 물을 만들 때 늘 고민스럽다”면서 “폭력 같은 특정 범죄의 가해나 피해가 있는 출연자들은 없고 제작진이 충분히 이야기를 많이 나눴기 때문에 송포유 같은 불편함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바람의 학교’는 1부 ‘꼴통’편을 시작으로 2부 ‘교실에 갇힌 자유’, 3부 ‘수업료를 돌려주세요’, 4부 ‘세상에 바람이 되어’ 등 총 4부작으로 22일부터 매주 일요일 밤 11시에 방송된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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