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수십억원을 빼돌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원정도박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장세주(62) 동국제강 회장이 1심에서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외 카지노에서 일어난 판돈의 규모, 도박시간 등을 인정하지 않아, 향후 다른 사회 인사들의 해외 원정도박 수사가 어려움을 겪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현용선)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및 상습도박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장 회장에 대해 19일 징역 3년6월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5억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 회장의 300억원대 횡령ㆍ배임 액수 가운데 127억원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004년 회삿돈 횡령으로 처벌받은 지 1년도 안 돼 파철 판매대금 88억원 등을 다시 빼돌려 회사에 큰 손해를 입혔다”며 “상당액을 변제했지만 범죄에 다수 임직원이 동원돼 회사가 입은 손해와 불명예를 회복하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대표기업 총수로서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저버린 것으로,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라스베이거스에서 14회 도박을 했다는 공소내용과 관련해 판돈이나 규모, 도박 지속시간 등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상습도박 혐의는 무죄로 봤다. 대신 2010년과 2013년 두 차례 도박 사실만 인정돼 단순 도박죄가 적용됐다.
장 회장의 회삿돈 횡령을 도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거래업체 K사 대표 김모(65)씨와 동국제강 인천제강소장을 지낸 김모(65)씨에겐 각각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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