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백(중앙수비수)으로 뛰지 못해 불만이 많았어요. 측면에서 뛰면 경기력이 50%밖에 안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전북 현대 김기희(26)에게는 늘 ‘희생’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팀 사정으로 올 시즌을 자신의 주 포지션인 센터백이 아닌 풀백(측면 수비수)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팀은 리그 통산 네 번째 별을 달았지만 그가 마냥 웃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9일 전북 완주군의 전북현대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K리그 우승기념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김기희는 “사실 그 부분을 가장 말하고 싶었다”고 입을 뗐다. 이날 새벽 라오스와의 원정경기를 마치고 막 귀국한 그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역력했다. 김기희는 올 시즌 K리그에서 측면 수비수로 31경기에 나섰다. 그는 “센터백으로 많이 나가지 못했다. 사실 처음에는 불만이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오히려 원래 그 자리에 뛰던 선수가 더 스트레스를 받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제 자리가 아닌 곳에서 뛰더라도 불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강희(56) 감독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최 감독은 이달 초 팀이 K리그 클래식 2연패를 확정한 자리에서 일등공신을 뽑아달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김기희를 꼽았다. 김기희가 팀 특유의 문화 중 하나인 ‘희생’에 가장 부합한다는 것이다. 당시 최 감독은 “(김)기희는 팀을 위해 본인이 좋아하는 포지션에서 뛰지 못하고 희생하는 선수다. 미안하고 고맙다”고 마음을 전했다.
팀을 위해 묵묵하게 측면에서 뛴 김기희지만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김기희는 “주변에서 희생이라는 말로 커버하지만 나 스스로는 경기력이 못 마땅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전북 팀의 전술상 측면 플레이가 많다. 나는 수비는 자신 있지만 (측면 수비수에게 필요한) 공격은 그렇지 않다”며 “공격이 매끄럽지 못해 팀에 마이너스가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측면에서 뛰면 중앙에서 뛸 때보다 경기력이 50%밖에 안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소속팀에서는 풀백을, 국가대표팀에서는 센터백을 오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한 김기희의 다음 시즌 목표는 ‘제자리’를 되찾는 것이다. 그는 “센터백으로 확신을 주지 못해 오른쪽으로 갔던 것 같다. 다음 시즌에는 준비를 더 잘해서 확실한 중앙 수비수가 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완주=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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