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범 12명 구속 35명 불구속 입건
기증 가장… 수술 날짜 잡고 검거돼
10대 조직원이 미성년자 속여 유인
전국 터미널에 스티커 붙여 광고
자발적으로 판명 나선 사람도 7명
“간 2억, 콩팥 1억5,000만원에 삽니다.” 장기밀매를 목적으로 전국터미널에 매매 스티커를 붙이고 인신매매까지 공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신매매 대상으로 삼은 피해자 3명은 모두 부모와 친인척이 없는 10대였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장기매매를 알선하려 한 혐의(장기적출인신매매 미수 등)로 총책 노모(43)씨 등 12명을 구속하고 모집책 최모(19)군 등 3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노씨는 10년 전 서울의 한 병원에서 브로커에게 3,000만원을 받고 자신의 신장을 판 경험이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노씨는 전국 터미널과 기차역에 장기매매 스티커를 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노씨의 홍보 스티커를 보고 찾아온 중간알선책 이모(27)씨 등 26명은 올해 5월부터 9월까지 인신매매를 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신매매 대상자들은 모두 부모가 없는 미성년자였다. 그리고 이들을 물색한 것도 10대였다. 10대 모집책들은 중간알선책 이씨로부터 ‘신고해도 찾지 못할 사람, 돈이 급한 사람, 혈액형은 A형인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받고, 오갈 곳 없는 미성년자들을 섭외했다.
이들은 비어있는 친척집에 김모(18)군과 박모 형제(각 18세, 17세)를 데려와 지난 8월 약 한달 간 장기밀매를 권유했지만 이들이 무섭다고 거부하자, 인신매매를 공모했다. 서울에서 마약배달을 할 일이 있는데 한번에 1,000만원씩 받을 수 있다는 식이었다.
돈이 급하다는 이유로 장기매매를 하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모(42)씨 등 7명은 장기이식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제공자)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신용불량자나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접근해 중국으로 밀항시킨 뒤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일하거나 장기매매를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며 장기 제공자들을 모집했다.
이들은 전국 14곳의 병원에서 제공자에게 건강검진을 받게 하고 실제로 수술 날짜까지 잡기도 했으나 경찰 수사로 미수에 그쳤다. 겉으로는 합법적인 기부방식을 가장해 병원 측에서는 장기밀매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범행은 장기밀매를 위해 수집한 남의 신분증에서 드러났다. 동네에서 행패를 부린 정모(20)씨를 수사하던 경찰이 정씨의 소지품에서 신분증 13장을 발견하고 출처를 묻는 과정에서 덜미가 잡혔다.
부산=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