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지점망 3개 그룹으로 재편해 지점장 발령
“영업점 차별화 전략” VS “실적악화 유도해 결국 구조조정 의도” 은행 안팎 ‘시끌’
한국씨티은행 내부가 최근 발표된 지점장 인사발령안을 둘러싸고 술렁이고 있습니다. 통상적인 지점장 승진ㆍ순환 인사가 아닌, 추가 구조조정을 위한 은행 측의 사전 포석 아니냐는 의심 때문인데요. 실제 은행 측의 설명과 달리, 직원들의 항변을 들어보면 씨티은행이 이번 인사로 대대적인 지점망 재편에 착수했다는 인상이 짙습니다.
씨티은행은 지난 16일 지점장 이동 인사발령을 내면서 전국 134개 개인고객 지점을 크게 세 그룹으로 분류해 특화하기로 했습니다.
은행 측의 설명으로는 앞으로 지점들은 ‘모델 Ⅰ’ ‘모델 Ⅱ’ ‘모델 Ⅲ’로 나뉩니다. 모델 Ⅰ 지점엔 고액 자산가를 상대하는 PB(프라이빗 뱅커)들이 지점 당 5~10명 정도씩 집중 배치돼 자산관리(WMㆍ웰스매니지먼트) 점포로 특화됩니다. 은행 측은 이번 인사에서 18개 모델 Ⅰ 지점에 ‘씨티골드지점장’이란 직함을 부여한 지점장들을 별도로 추가 발령했습니다.
모델 Ⅱ 지점은 주로 개인사업자를 상대로 한 씨티비즈니스 지점이 되고, 모델 Ⅲ가 기존의 일반 지점과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입니다. 박진회 행장은 내부적으로 이번 개편의 배경을 “계좌이동제, 핀테크 도입 등 시장환경 변화에 맞서 WM사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영업점 환경, 고객 구성 등을 감안한 영업점 핵심전략을 차별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노조를 비롯한 일반 직원들의 ‘해설’은 사뭇 다릅니다. 은행이 쉽게 말해 ‘돈이 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지점들을 재분류해, 세 번째 그룹(모델 Ⅲ) 지점들에 대해서는 사실상 고사작전에 나섰다는 겁니다. 실제 이번에 모델 Ⅲ로 분류된 46개 점포에는 주로 ‘나이 많은’ 지점장들이 배치되고, 직원 수도 적게는 6명 수준에 불과해 시중은행 지점의 통상적인 업무인 대출ㆍ펀드판매 등조차 여의치 않은 ‘출장소’나 마찬가지라는 게 직원들의 주장입니다. 노조 관계자는 “은행 측에선 이들 모델 Ⅲ 지점에 찾아오는 고객을 모델 Ⅰ이나 Ⅱ로 추천하라고 주문하고 있는데 어느 고객이 멀리 있는 씨티은행 지점까지 찾아가겠냐”며 “결국 돈 안 되는 고객을 은행이 먼저 구조조정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습니다.
직원들 사이에선 이번 지점 개편안을 추후 인력 구조조정의 사전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씨티은행은 작년 대대적인 희망퇴직으로 직원 650명, 지점도 56개나 줄였습니다만 하영구 전 행장 시절 맺은 노사협약으로 2017년 6월말까진 강제 구조조정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기본적 기능도 하기 어려운 출장소급 지점을 늘려 실적 하락을 유도한 뒤, 이를 빌미로 나중에 구조조정을 강행하려는 속셈”이란 의심이 직원들 사이에 나오는 이유입니다.
외국계 은행들의 국내 영업망 감축 추세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었습니다만 이번 씨티은행의 인사가 박 행장의 말대로 “영업점 전략 차별화”만을 위한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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