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지역 경제통합 속도 내야" 원론적 언급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아태지역 경제통합을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선 역내 경제통합 논의는 물론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미중의 힘겨루기도 진행되고 있어 양강 사이에서 균형 외교 노선을 취해 온 박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APEC 사무국이 실시해 각국 언론에 배포한 서면인터뷰에서 “저성장이 고착되는 것을 막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통합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은 역내 개발도상국들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데, 이는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실현의 장애요인인 선진국과 개도국 간 협상 역량 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이 주도하는 FTAAP에 참여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우회적으로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박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 기간 FTAAP 관련 언급 수위를 조절하며 조심스러운 스탠스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역내 경제통합 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주도하는 미국을 의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8일 마닐라에서 일본을 비롯한 TPP 1차 가입국 정상 11명을 따로 만나 TPP 조기 발효 등을 논의해 중국을 압박했다. 이에 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과 나란히 참석한 APEC 최고경영자회의의 기조연설에서 FTAAP 실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APEC 기업자문휘원회(ABAC) 소그룹 토론에서 시 주석과 나란히 한 조에 배치됐다. 다만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소그릅 토론 주제는 서비스 산업과 지속가능한 개발인 데다 토론 내용을 공개되지 않아 두 정상이 FTAAP에 대해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에 앞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신임 총리와 양자회담을 갖고 창조경제 협력 확대ㆍ기후변화대응 공조ㆍ교역 확대 등에 합의했다. 두 정상은 ‘2세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달 당선된 44세의 젊은 총리인 트뤼도 총리의 선친은‘캐나다 건국 역사상 최고의 지도자’로 불리는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다.
박 대통령은 베니그노 아키노 3세 필리핀 대통령과도 양자회담을 가졌다. 아키노 대통령은 최근 발생한 우리 국민 피랍 사망사건에 깊은 애도와 위로를 전하고 우리 국민 밀집 지역에 대해서만 실시했던 보호 조치를 필리핀 전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마닐라(필리핀)=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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