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잠원동의 한 카페에서 강용석 변호사와 불륜설에 휘말린 유명 블로거 ‘도도맘’ 김미나(34)씨가 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불륜설을 해명하는 자리다. 놀랍게도 이날 김씨에게서 불륜설로 억울한다거나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화려한 메이크업과 의상, 액세서리로 한껏 멋 부린 연예인처럼 보였을 뿐이다. 미소도 잃지 않았다.
김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황하는 기색 하나 없이 “턱에 지방분해 주사를 맞았다” “(대중의 관심을) 즐긴다기보다는 재미있다” 등 자기 PR에 가까운 발언들을 쏟아냈다. 뿐만 아니다. 이날 기자간담회 후 한 인터넷 팟캐스트에 출연해 마이크를 잡고 ‘연극이 끝난 후’라는 노래를 부르고, 신동욱 공화당 총재가 대변인을 제안하자 “긍정적으로 고려해보겠다”고 대답했다.
김씨가 대중 앞에 얼굴과 실명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부터다.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종합편성채널 MBN ‘뉴스&이슈’와 TV조선 ‘뉴스쇼 판’ 등 보도 프로그램, SBS ‘한밤의 TV연예’까지 연이어 출연했다. 이곳에서도 그녀의 당찬 발언은 이어졌다. 그는 “강용석은 술친구, 남자사람 친구 그리고 공중전화다. 의뢰자가 돈이 떨어지면 바로 끊기는 공중전화 같은 관계” “불륜의 기준은 잠자리다. 잠자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륜이 아니다” 등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없이 드러냈다.
이런 거침없는 행보는 어쩐지 과거의 강 변호사를 보는 듯하다. 4년 전 콘텐츠와 시청률 확보가 난제였던 종편들에게 강용석이라는 논란의 인물은 좋은 먹잇감이었다. 그는 여자 아나운서들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 등으로 ‘문제적 인물’로 분류됐다가 JTBC ‘썰전’ ‘유자식 상팔자’ 등에 출연해 방송인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했다. 단박에 ‘종편의 유재석’ ‘종편의 스타’가 됐다.
MBN과 TV조선, 채널A는 최근까지 두 사람을 인터뷰하는 데 열을 올렸고, 김씨의 남편도 섭외해 인터뷰했다. 심지어 채널A에 출연한 강 변호사는 ‘전격출연 강용석’이라는 타이틀에 흡족해 하며 “유명해서 거물이 되면 직함이 빠지곤 한다. 이제 (직함 없이도)강용석으로 불리니까”라는 말까지 했다.
전문가들은 “선정성에 기반을 둔 미디어 환경이 만든 폐해”라고 입을 모은다. 이택광 문화평론가는 “강 변호사는 악명도 재산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며 “김씨의 경우도 도덕적인 기준을 제쳐놓고 선정성을 추구하는 미디어의 산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남 전 SBS플러스 PD는 “김씨를 보면 유명인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과열? 과잉의 시대가 만든 단순 소비형태의 소모형 인물”이라고 평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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