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유아 영어학원들이 ‘국제학교’, ‘스쿨’ 등의 이름으로 국내에서 외국 교과과정을 가르치는 불법 운영이 성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18일 서울의 11개 외국계 유아 영어학원을 조사한 결과, 유치원ㆍ초등학교 등 외국 교육기관이 국내에서 어학원으로 등록한 채 실제로는 외국 교과과정을 수입해 운영하는 등 불법이 성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유형은 국내에 어학원으로 등록해 놓고 실제로는 현지의 다른 과목 교과과정을 가르치는 경우다. 외국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초ㆍ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등에 따라 유치원 등 교육기관을 설립해야 한다. 하지만 업체들은 ▦외국계 기업 한국지사 ▦외국학교와 교육과정 운영협약 ▦외국 교육청 학력인가 프로그램 수입 등의 명목으로 외국교과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명백한 불법이다.
실제로 영국계 한 어학원은 ‘어학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수학ㆍ과학ㆍ사회 등을 포함한 현지 사립학교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또 다른 어학원은 외국 교재ㆍ교과서를 그대로 들여와 수업한다고 내놓고 홍보하고 있다. 유아 대상 강좌에는 뉴질랜드 초교 1~2학년 정규과정을 운영했다.
전체 조사대상 11곳 중 북미과정을 운영하는 곳은 6곳, 영국과정 2곳, 기타(싱가포르ㆍ뉴질랜드) 2곳 등이었다. 이들의 월 평균 학원비는 130만원으로 일반 유아 영어학원(75만원)의 두 배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이들 대부분은 체류기간이나 국적 등 입학자격을 별도로 요구하지 않는 어학원임에도 외국학교나 국제학교 등의 이름으로 홍보하고 있다”며 “이런 영어학원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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