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세월로 빚은 전통예술에 흠뻑…명인 찾아 떠나는 늦가을 여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세월로 빚은 전통예술에 흠뻑…명인 찾아 떠나는 늦가을 여행

입력
2015.11.18 17:40
0 0

한국관광공사가 ‘전통문화탐방-장인을 찾아서’ 라는 주제로 11월에 가볼 만한 여행지를 선정했다. 전국 곳곳에 숨어있는 전통 명인과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관, 늦가을 분위기 물씬 풍기는 주변 여행지를 함께 소개한다.

▦방짜수저 4대째 한길 원조참방짜공방(강원 강릉)

김우찬 전수조교가 만든 다양한 문양의 방짜수저들. 한국관광공사 제공
김우찬 전수조교가 만든 다양한 문양의 방짜수저들. 한국관광공사 제공

김우찬(40) 전수조교는 강릉에서 4대째 방짜수저를 잇고 있다. 16세 때 아버지 고 김영락 방짜수저장에게서 일을 배운 뒤 지금까지 한길을 걷고 있다. ‘원조참방짜공방’이라는 간판이 걸려있는 그의 작업실은 허름한 철공소와 흡사하다. 비좁은 공간이지만 찾아오는 사람은 언제나 환영이다. 방짜수저가 조금이라도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작업실 한쪽에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도구들이 놓였다. 수저 한 벌 만드는데 40여 가지 도구가 사용된다. 대부분 100년이 넘은 것들이다.

방짜는 구리(78%)와 주석(22%)을 정확한 비율로 섞어 만든다. 방짜수저는 망치 자국이 있는 막수저, 무늬 없이 두툼한 온간자, 가늘고 약한 반간자, 자루 끝에 무늬가 있는 꼭지수저로 구분한다. 장수를 기원하는 매화수저, 다산다복을 상징하는 죽절수저도 있다. 오죽헌 인근 강릉예술창작인촌에서도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늦가을 강릉을 즐기기 좋은 곳으로 오죽헌과 선교장, 안목해변 커피거리가 꼽힌다. 율곡 이이가 태어난 오죽헌은 검은 대나무가 많아 붙은 이름이다. 율곡의 영정을 모신 문성각, 사용하던 벼루를 보관한 어제각 등을 돌아보면 깊고 그윽한 강릉의 멋이 느껴진다. 오죽헌 인근 강릉선교장은 1700년대에 건립한 뒤 10대에 걸쳐 이어온 123칸 고택이다. 영화 ‘식객’‘황진이’, 드라마 ‘궁’의 촬영지다. 안목해변 커피거리에는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는 카페가 즐비하다. 짙은 바다색과 고소한 커피 향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원조참방짜공방 033-646-7835. 강릉시 입암동 강중길34.

▦아이들도 즐거운 체험, 국내 최초 한과문화박물관 한가원(경기 포천)

고소하고 달달한 김규흔 명장의 한과. 한국관광공사 제공
고소하고 달달한 김규흔 명장의 한과. 한국관광공사 제공

한과는 의례 상차림에 빠지지 않은 음식이다. 유과, 약과, 정과, 다식 등 종류도 다양하다. 대한민국 한과명장 1호(약과 분야) 김규흔 씨는 한과 만들기를 숙명으로 여기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일생의 과제로 삼고 있다. 경기 포천에 국내 최초의 한과문화박물관 한가원을 설립한 것도 그 때문이다. 1층 전시실에선 한과 빚는 과정, 역사와 유래, 종류를 알 수 있고, 2층 전시실에서는 계절에 따른 한과, 전통 차와 한과, 한과와 세계 과자, 한과의 제작 도구 등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이 한과를 직접 만들고 맛볼 수 있는 유과·약과 만들기 체험도 진행한다.

한과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한과공장과 인연을 맺은 명장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항상 새로운 한과 개발에 힘써 왔다. 연꽃과 마름모꼴 약과, 초코 유과, 쌀 약과, 기능성 한과 등은 모두 김 명장이 처음 시도한 일이다.

한가원 인근 산정호수는 주변으로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어 늦가을 정취를 즐기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숲길은 낙엽 밟는 소리가 좋고, 수변 데크는 출렁거려서 물 위를 걷는 기분이 든다. 인근 허브아일랜드는 세련된 감각이 돋보이는 향기의 낙원이다. 실내 정원에는 온갖 향을 뿜어내는 허브가 가득하고, 야외 정원에도 홀리바질 등이 달콤한 향기로 여행객을 맞는다.

한가원 031-533-8121. www.hangaone.com. 포천시 영북면 산정호수로322번길 26-9

▦쓰임새·볼거리도 다양한 160년 이어온 옹기, 전통예산옹기 전시관(충남 예산)

황충길 명장이 옹기에 낙관을 찍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황충길 명장이 옹기에 낙관을 찍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쓰임새가 많이 줄었다지만 장을 담는 용기로 옹기의 가치는 여전하다. 충남 예산의 황충길 옹기명장은 4대 160년에 걸쳐 옹기의 맥을 잇고 있다. 지금도 쉽고 편한 전기 물레 대신 물레를 고집하고, 흙 고르는 일이나 천연재료 잿물을 만드는 일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전통예산옹기’ 전시실에는 판매용 옹기와 함께 명장의 작품도 전시하고 있다. 쌀독 김칫독 장독 시루 뚝배기에서부터 식기세트 원형접시 양념통 머그잔 냄비 등 100종이 넘는다. 명장이 발명한 냉장고용 김칫독을 비롯해 성인 8명은 매달려야 들 수 있는 대형 독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나만의 옹기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가래떡처럼 긴 흙 반죽을 동그랗게 쌓아서 컵이나 그릇, 연필꽂이 등을 만든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물레 성형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지난 6월 예산황새공원이 문을 열었다. 공원이 위치한 광시면 일대는 오염시설이 거의 없고 친환경 농사를 지어 황새의 먹이가 풍부하다. 공원은 황새 문화관, 황새 오픈장, 야외 습지, 사회화 훈련장, 야생화 훈련장, 번식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미꾸라지 붕어 등 공원이 제공하는 먹이를 먹으며 자란 황새는 야생화 훈련을 마치고 자연으로 돌려 보낸다. 자연스럽게 황새를 관찰한 후 황새마을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고, 팔찌와 목걸이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전통예산옹기 041-332-9888. www.yesanonggi.co.kr. 예산군 오가면 오촌중앙길 106.

▦종주국도 인정한 세월로 빚은 은은한 옥, 갓바위문화타운 옥공예전시관(전남 목포)

장주원 장인이 옥공예를 시연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장주원 장인이 옥공예를 시연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장주원 옥장(중요무형문화재 제100호)은 옥공예 종주국인 중국에서도 인정받는 대가다. 목포 갓바위문화타운에 자리한 옥공예전시관엔 오랜 세월 각고의 노력과 정성이 밴 그의 옥공예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장주원 옥장이 20년 넘게 심혈을 기울이는 ‘코리아 판타지’(가제)는 거대한 옥 덩어리에 단군 시대부터 근·현대사까지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새기는 대작이다. 여러 고증을 거쳐야 하는 작업이기에 언제 완성될지도 정확히 가늠할 수 없다. 전시관에선 은은한 빛이 감도는 옥가락지부터 목걸이 팔찌 등 다양한 옥 장신구도 판매하고 있다.

목포 갓바위문화타운은 목포의 문화 예술, 역사를 보고 듣고 체험하는 공간이다. 푸른 바다가 보이는 넓은 부지에 옥공예전시관, 목포문학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목포문화예술회관, 목포자연사박물관, 문예역사관, 목포생활도자박물관, 남농기념관 등이 가지런히 들어서 모두 둘러 보려면 하루가 모자랄 정도다.

갓바위문화타운 끄트머리엔 천연기념물 제500호 목포 갓바위가 있다. 조명이 들어오는 밤 에 바라보는 풍경이 더욱 운치 있다. 입암산 정상에선 목포 시내와 영암 월출산, 은적산, 압해대교까지 두루 조망할 수 있다.

● 옥공예전시관 061-277-4255. 목포시 용해동 남농로 83.

▦절제와 느림의 미학, 국내 유일 가곡전수관(경남 창원)

제자들과 공연하는 조순자 가곡명인. 가곡전수관 제공
제자들과 공연하는 조순자 가곡명인. 가곡전수관 제공

“45자 내외 시조를 국악 관현악 반주에 맞추어 10여 분 동안 느리게 부르는 노래가 가곡입니다. 가곡에는 절제와 느림의 미학이 있습니다.”1969년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로 지정되고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예술성과 역사성을 인정받았지만, 가곡은 여전히 낯설다.

서울에서 태어나 1959년 중앙방송국 국악연구생으로 입문한 후 2001년 가곡 예능 보유자로 지정된 조순자 명인이 2006년 창원에 가곡전수관을 설립했다. 국내 유일 가곡전수관은 누구나 가곡을 부르고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국악 꿈나무를 육성하는 ‘토요풍류학교’는 조 명인이 특히 애정을 쏟는 프로그램이다.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는 ‘목요풍류:풍류방음악회(오후 7시30분)’도 열린다. 가곡, 기악 독주와 합주, 창작 국악극 등이 연주된다.

마산합포구 ‘상상길’은 가곡전수관과 묶을 수 있는 여행 코스다. 창원시가 세계적 관광지로 공을 들이는 곳이다. 창동예술촌 입구 155m 거리가 걸그룹 ‘포미닛’을 비롯한 국내 유명인과 해외 일반인의 이름을 새긴 10만 개의 오색 보도블록으로 새 단장을 마쳤다. 창동예술촌에는 천연 염색, 생활 공예, 유리공예, 회화 등 수많은 공방과 젊은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분위기 좋은 카페도 늘고 있다.

●가곡전수관 055-221-0109. 창원시 마산회원구 무학로 637. http://gagok.tistory.com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