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61ㆍ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한국 축구를 근본부터 변화시키고 있다. 오랫동안 한국 축구를 괴롭혀온 수비 불안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다. 수비가 견고해지면서 공격력도 배가 됐다. 자연스레 승리와 기록도 따라왔다.
대표팀은 17일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라오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5-0 대승을 거두며 2015년 A매치 일정을 모두 마쳤다. 슈틸리케호는 올 한 해 20차례의 A매치에서 16승3무1패의 성적을 올렸다. 16승은 한국 축구 사상 연간 최다승 2위에 해당한다. 대표팀은 1975년(18승1무4패)과 78년(18승2무)에 가장 많은 승수를 쌓았다.
무엇보다 짠물 수비가 돋보인다. 슈틸리케호는 올해 44득점을 하면서 실점은 4점으로 틀어막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209개 가맹국 중 올해 가장 낮은 경기당 실점(0.2골)이다. 한국은 전날까지 0.17실점(6경기 1실점)을 기록하던 루마니아가 18일(한국시간) 이탈리아전에서 2골(7경기 3실점ㆍ0.43실점)골을 내주면서 최소 실점 국가가 됐다. 연간 골득실차 기록도 새롭게 썼다. +40골을 낸 슈틸리케호는 이 부문 역대 2위에 자리했다. 1위는 78년 대표팀의 +42골(20경기 50득점 8실점)이다.
대표팀은 또 A매치에서 7경기 연속 무실점 중이다. 이는 70년(8경기)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한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에서 6연승(승점 18)으로 선두를 달리면서 23골을 넣고 실점은 하지 않았다. 89년 이탈리아 월드컵 예선 6연승(25골ㆍ무실점)과 맞먹는 기록이다. 한국은 한 해 무실점 경기 신기록도 17경기로 늘렸다. 대표팀은 70년과 75년, 77년, 78년에 각각 13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KBS N과 JTBC에서 경기 중계를 맡고 있는 박찬하 축구해설위원은 “슈틸리케 감독이 경기 운영을 안정적으로 하고 있다. 공격과 수비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며 “올해 초 아시안컵 때에 비해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고 선수들도 감독의 주문을 잘 이행하고 있다. 공격에선 선수들의 개인 기량을 활용한 플레이는 물론 약속된 패턴 플레이도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올해 치른 20경기 중 10월 자메이카와 친선경기를 제외하고는 19경기가 비교적 약체인 아시아권 팀을 상대로 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박 위원은 “하지만 팀 전력이 궤도에 오르고 있는 건 사실이다. 3차 예선에 가면 전력이 더 구체화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슈틸리케 감독은 18일 라오스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상당히 만족스럽다. 기록으로만 봐도 20경기(16승3무1패)에서 1패밖에 하지 않았다. 여기에 무실점도 17경기나 되고 16승을 거뒀다. 어느 하나 흠 잡을 곳 없이 만족스러운 한 해였다”고 올해를 결산했다. 그는 이어 “내년 6월 예정된 A매치 데이 때 두 차례 평가전 기회가 있다. 반드시 세계적인 강호와 평가전을 치러 수준을 가늠해봐야 한다. 우리보다 FIFA 랭킹이 높은 팀이라면 상관없다. 그런 기회를 통해 미래의 과제를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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