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가 신예ㆍ정치 신인이 두각을 나타내온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의 판을 바꾸려 하고 있다. 불안 심리가 고조되고 대선 정국에서 외교ㆍ안보 이슈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면서 각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당선 가능성 평가에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17일 CNN에 따르면 지난 주말 파리 테러가 발생한 이후 정치 예측시장에서 평가한 공화당 주요 후보의 최종 후보 낙점 확률이 신예ㆍ정치 신인들에게는 불리하게, 경력 많은 기성 정치인에게는 유리하게 변하고 있다. 이는 테러 사건 발생 직후 전문가들이 내놓았던 전망과 일치하는 흐름이다.
세 차례 TV토론을 성공적으로 치러, 예측시장에서 최종 후보 낙점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로 꼽히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의 경우 지난 14일 46%에 달했던 확률이 이날 밤에는 44%로 하락했다. 외교ㆍ안보 분야에서 보수 성향을 유지하고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강한 응징을 주장하지만, 40대 초반이라는 젊은 나이와 그 보다 더 어려 보이는 외모 탓에 점수가 하락했다는 평가다.
파리 테러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후보는 한때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압도하던 벤 카슨 후보다. 14일 10%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능가했으나 본선 진출 가능성이 5%까지 하락했다. 트럼프보다 더 보수적이지만 차분하고 절제된 언어를 구사해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차분한 이미지가 위기 돌파력을 낮춰 보이도록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는 ‘테러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안보 분야에 대해 무지에 가까울 정도로 낮은 식견을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때묻은 기성 정치인으로 분류됐던 후보들은 다양한 경력을 거쳤다는 점에서 시장 평가의 뚜렷한 개선을 확인하고 있다. 부시 전 지사의 경우 14일에는 7%에 머물렀으나 사흘 뒤에는 10%까지 상승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도 15%에서 16%로 소폭 상승했다.
3개월 넘게 공화당 경선 1위를 달려온 트럼프는 이번에도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높은 생존력을 과시했다. 외교ㆍ안보 분야 경험 부족으로 카슨 처럼 예측 시장에서 낮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됐으나, ‘IS의 씨를 말려야 한다’는 등의 거친 언어로 선제적으로 치고 나온 것이 주효해 12%였던 확률이 16%로 높아졌다.
민주당 진영에서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주가 상승이 관찰되고 있다. 14일 88%였던 낙점 확률이 17일에는 90%로 상승했다.
한편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가 이날 공화당 경선 포기를 선언한 것도 파리 테러로 경선 구도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그는 이날 저녁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연말 임기가 끝나는 진달 지사는 내년부터는 싱크탱크에서 일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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