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대만)=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자존심 싸움 아니겠습니까."
설욕전을 앞둔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18일 오전 7시30분(현지시간) 비행기를 타고 대만에서 일본으로 떠났다. 마음 속에는 모두 같은 뜻을 품고 있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프리미어12 대표팀은 이날 오전 4시30분 숙소를 출발해 오전 5시가 되기 전 대만 송산 공항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 이동으로 공항에 들어서는 선수들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일본 이야기가 나오면 눈빛이 빛났다. 선수들은 너도나도 입을 모아 "이겨야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은 지난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대회 개막전에서 일본에 0-5로 패했다. 하지만 대만으로 이동해 조별라운드를 3위로 통과했고, 8강전에서 아마 최강 쿠바를 7-2로 누르며 준결승 진출을 확정 지었다. 4강전은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과 치른다. '운명의 재대결'이다.
일본으로 돌아가 설욕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 선수들은 의지를 더욱 불태웠다. 투수 차우찬(28·삼성)은 "4강에 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첫 경기였던 일본전에서 지고 안 좋은 분위기에서 출발을 했다. 하지만 대만에 와서 선수들도 마음을 다잡고, 똘똘 뭉친 것 같다. 지금 다들 불타고 있다"고 의욕이 넘치는 선수단의 분위기를 전했다.
선수단 휴식일이었던 전날(17일) 저녁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은 현지 한식당에서 회식을 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의기투합했다. 차우찬은 "회식 후에도 선수들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일본만 이기면 우승까지도 가능할 것 같다"며 의지를 내비쳤다. 포수 강민호(30·롯데)도 "이겨야 된다"며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대회는 공동 개최국인 일본의 뜻에 따라 일정도 장소도 변경이 되는 등 비상식적인 운영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고스란히 그 피해를 입게 된 한국 선수단으로서는 황당함을 넘어 큰 자극이 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이날 대표팀은 일본 도쿄로 이동해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도쿄돔에서 훈련을 했다.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도쿄돔 훈련이 예정돼 있는 일본 대표팀은 한국과 달리 더 여유를 갖고 일본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강민호는 "너무 불리한 일정이 많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외야수 김현수(27·두산)는 "꼭 이기고 싶다. 제대로 작전을 짰다"며 설욕을 다짐했다.
설욕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본 대표팀 선발로 나설 오타니 쇼헤이(21·니혼햄) 공략이 관건이다. 오타니는 개막전 선발로 나와 6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한국 타선을 꽁꽁 묶었다. 이순철 대표팀 타격 코치는 "이전에는 한 번도 못 본 투수였는데, (우리 타자들이) 몸도 안 된 상태에서 만나 더 고전했다"며 "이번엔 두 번째 만남이고 선수들의 감각도 살아났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타니의 페이스에 끌려가지 말아야 한다. 이 코치는 "이전까진 자기 스윙을 하고,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컨택트 위주로 가며 오타니의 투구수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움츠러 들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김인식 감독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전엔 공략을 못했지만 두 번째 만남인 만큼 이번에는 삿포로 때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다"며 "투수들이 후반을 어떻게 막아주느냐가 중요하다. 좋은 경기를 해야 한다. 일본이 강팀은 강팀이지만 승부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지난 9일 타이베이에 입성하는 대표팀.
타이베이(대만)=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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