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빠듯한 일정 탓 졸기도
朴대통령은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
18일까지 APEC 회담 참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평소 화제를 몰고 다니는 각국 정상들이 15,16일 터키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숱한 뒷얘기를 남겼다.
정부 관계자는 17일 “마지막 공식회의인 16일 2세션에선 깜빡깜빡 조는 정상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바로 옆에 앉은 오바마 대통령의 눈꺼풀도 졸음을 이기지 못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 뿐 아니라 다른 정상들도 잠깐씩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눈을 붙이는 장면이 목격됐다. 정상들이 테러리즘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느라 전날 업무 만찬이 자정이 다 돼서야 끝난 데다 시차로 인한 피로가 겹친 탓이 컸다.
영화배우 같은 외모와 파격적 행보로 세계적 스타 정치인으로 떠오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정상들 사이에서도 단연 스타였다. 1971년생으로 터키에 모인 정상 20여명 중 최연소인 트뤼도 총리는 16일 2세션에서 발언자로 나서 “이번 회의는 제가 참석해본 G20 정상회의 중 가장 멋지네요”라고 인사했다. 지난 달 총선에서 당선돼 G20 정상회의에 처음 참석하게 된 트뤼도 총리가 외교무대에 데뷔하는 것을 빗대 던진 농담이었다. ‘새내기 총리’의 재치 있는 유머에 정상들은 박장대소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도 한 차례 정상들을 크게 웃겼다. 다만 트뤼도 총리와는 달리 ‘뼈 있는 웃음’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게 “이번에 귀국하면 IMF 지분 개혁 문제를 꼭 성사시키겠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에 정상들 사이에선 큰 웃음이 터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는 점을 정상들이 뻔히 알기 때문이었다.
사정은 이렇다. 앞서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미국ㆍ유럽 등 선진국에 쏠려 있는 IMF 지분을 한국, 중국 등 신흥국들에 나눠주기로 합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을 이를 이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최대 지분 보유국인 미국 의회가 비준해주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본의 아니게 ‘양치기 소년’이 된 난처한 상황이 정상들의 쓴웃음을 자아낸 것이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18일까지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7일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했다. ‘포용적 경제와 변화하는 세계 만들기’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테러 대응과 역내 경제 통합 등을 논의한다.
마닐라(필리핀)=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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