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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울다가 웃다가

입력
2015.11.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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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는 울보다. 얼마 전 만났더니 또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여자친구한테 차였냐?” 짐짓 이죽거리며 물었다. 부르튼 눈에서 이내 눈물이 떨어졌다. 코를 훌쩍대며, 차인 건 아니고 오해가 생겨서 차이기 직전이라고 했다. 수 개월 전 여자친구가 생겼다며 연방 입귀를 찢어대던 얼굴이 떠올랐다. 애잔하기도 답답하기도 했다. 위로랍시고 몇 마디 건넸지만, 효험은 장담 못할 말들이었다. 그러던 중 K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K가 전화기를 냉큼 들고는 카페 바깥으로 나가더니 한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비슷한 상황이 내게도 있었던 적 있다. B도 Y도 있었을 것이고, 내가 모르는 수많은 남녀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누구는 울었을 것이고, 누구는 냉랭한 척 돌아섰을 것이고, 누구는 오랫동안 상한 가슴에 소금 뿌리듯 자신을 스스로 팽개치기도 했을 것이다. 모든 경우가 제각각이지만, 그로 인해 때로 염분 가득한 수분이 세상 전부를 뒤덮기도 한다는 걸 많은 이가 깨달았을 것이다. 상념 끝에 K가 좀 전까지 없던 활기를 몸에 붙이고 들어왔다. “화해했냐?” 또 괜히 이죽거려봤다. 물을 한잔 마신 K가 겸연쩍은 듯 웃었다. “병신.” 내가 또 이죽거렸다. 병신이라. 그 단어를 문득, 울음과 웃음의 교차 속에 누구나 한번 보이기 마련인 짜릿한 균열의 상태, 라 정의해봤다. 그랬었다. 나도 한때는 병신이었다. 그래서 사랑받은 적 있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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