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Margaret Thatcher의 보수당은 정치포스터에 ‘Labour isn’t working’이라는 문구를 실업자의 기다란 구직 행렬 사진과 함께 실었다. ‘노동이 일하지 않는다’는 뜻만이 아니라 ‘노동당은 일하지 않는다’는 이중 의미를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이를 흉내낸 미국의 공화당이 2012년 선거전에서 ‘Obama isn’t working’이라고 말했는데 생각만큼 반향이 없었다. 반면 민주당의 Obama 진영은 2008년 선거전에서 Spain의 인권 운동가 Cesar Chavez의 구호 ‘Yes, we can’을 내세워 큰 반응을 얻었다.
영국의 Tony Blair는 1997년에 씨익 웃는 사진과 함께 ‘Because Britain Deserves Better’라는 네 단어 문구를 통해 ‘Tony Blair’라면 서민도 무언가 대접받고 살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 주는 데에 성공하였다. 네 단어의 핵심 슬로건과 함께 ‘Things Can Only Get Better’를 통해 이제는 나아지는 것밖에 없다는 확신을 주었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1960년 선거에서 ‘A time for greatness’(위대한 시대를 위하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밑에는 ‘Kennedy for President’를 써서 성공하였다. 영국 보수당은 2005년 유권자들에게 ‘Are you thinking what we’re thinking?’을 내걸었다. 포스터에는 ‘Imagine 5 more years of it’이라는 큰 제목과 Council tax bills rocket이라는 부제, 그리고 맨 아래 줄에 ‘Are you thinking we’re thinking?’ 같은 어렵고 몽롱한 말을 사용한 것인데 물론 실패했다. 긴 문장이나 수사학적으로 난해한 문장은 실패 확률이 그만큼 높다. 2010년에 노동당은 온갖 힘을 다해 정권 쟁취를 시도했다. ‘Don’t let him take Britain back to the 1980s’라는 슬로건은 이어지는 펀치라인 없이 실패로 끝났다. 슬로건도 중요하지만 선거 운동의 전략도 중요한 것이다.
웃긴 슬로건은 진실성이 없어 보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1940년 대선에서 Wendell Willkie는 ‘We want Willkie’라는 어구를 썼지만 성의도 없어 보였고 메아리도 없었다. 1948년에 Harry Truman 진영은 후보 뒤의 배경사진에 다소 무서운 사진 이미지를 싣고 ‘Give ‘Em Hell, Harry!’ 문구를 썼는데 유권자가 보기에 ‘Harry, 저들을 지옥에 보내주세요’라는 의미보다는 ‘Vote for Hell’이라는 이미지만 남겼다. 더 허무맹랑한 슬로건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도 있다. 이명박 후보는 ‘줄푸세 타고 747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는데 ‘세금은 줄이고, 간섭과 규제는 풀고, 법치주의를 확립하여 7% 성장, 4만불 소득, 세계 7위 경제를 이룩하자’는 구호였다. 그러나 서민의 허파에 바람만 잔뜩 넣고 어느 것 하나 이룬 게 없었다. 정치 구호는 빈말이고 허구이며 어차피 거짓말이라는 인식이 있어 누가 더 잘 속이느냐가 진짜 실력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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